오늘도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너에게
- dearmyfreshmanself
- 9월 17일
- 1분 분량

안녕:) 오랜만이야. 1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받는 건 2번째지? 네가, 내가 1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처음 쓴 건 고3 때니까. 벌써 4년, 5년이 지났네. 고등학생이었던 그때는 대학교 생활이 먼 미래라고 느껴지지 않고 금방 찾아올 것만 같았고 내가 그리는 미래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기에 편지를 쓰면서 전혀 불안한 마음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 2번째인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아주 다르네. 물론, 비슷한 면도 있어. 아, 1년의 세월이 금방 지나가겠구나, 하는 생각? 다른 점이라면 1년 후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지. 이 편지 쓰는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아니야, 기억날 거야. 너, 네 입장에서 불리하거나 네가 봐도 싫은 모습이 있을 때 괜히 까먹었다고 하는 습관 있는 거 알지? 이 편지를 쓰는 이 시기를 보면 중간고사 성적 등등 기억하기 싫은 포인트들이 있기는 있지.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이 전혀 떠올리기 싫은 흑역사만 있는 건 아니잖아? 지금의 너, 그러니까 25살의 우리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24살의 우리가 정말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
지금 너는 다른 사람에게 너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 지금 내가 내 이름 앞에 ‘서울대 수리과학부에서 학부생으로 공부하고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듯, 너의 수식어는 무엇일까? 회사원일 수도 있고, 일명 취준생,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오래전부터 25살의 나는 이런 모습일 거야, 하며 예상했던 대학원생일 수도 있겠지. 현재 내 머릿속에는 이 정도 가짓수가 떠오르는데, 어때? 이 중에 정답이 있니? 이 안에 없다면 전혀 새로운 길을 가는 중일 테니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에 대학원생이 정답이면 좋겠어. 그건 네가 아직 ‘꿈’에 대한 기대를 아주 조금이나마 품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지금의 내가, 그리고 지금의 네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꿈.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교수님께도. 너 고등학교 입시 때 썼던 자기소개서에서도 아마 같은 꿈을 썼을 거야. 그 꼬마가 아는 게 뭐가 있다고 그 꿈을 썼을까? 조금 더 많이 세상을 알고 우리 자신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로 나 자신을 달래 가며 대학교 자기소개서에 한 번 더 쓰게 된 그 꿈. 미련한 건지, 정말 소망이 된 건지, 아직 놓지 못하는 건지, 포기할 까닭이 없어 놓지 않고 있는 꿈인 건지. 우리의 꿈은 이렇게 참 많은 기억과 의미를 품고 있네. 지금 나는 우리의 꿈을 정말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어느 길을 택하면 좋겠어? 너는 나보다 1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냈고 그 시간 동안 많이 고민했을 거 아니야. 내가 찾은 답보다 네가 찾은 답이 조금이라도 더 지혜롭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는데.
있잖아, 부탁 하나 하자. 너도 알지? 내가 취업과 그 외 다른 길을 고민하는 이유는 꿈을 이룰 자신이 없어서, 그 길을 가는 것이 너무 어렵고 좁은 길이어서 한 걸음조차 내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 거. 이렇게 내가 지금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의 지금 모습은 대학원생이 되어서 이제 막 조교를 맡게 된 과목 중간고사 클레임을 처리하고 있는 모습일 것 같단 말이지. 내가 할 부탁은, 우리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거야. 지금 네게 주어진 모든 모습은 앞으로 몇 달간 내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일 거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니까. ‘충분히’, ‘족하게’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우리가 제일 오랫동안 고민했고 결단을 내렸을 테니 우리 자신의 선택을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는 거야. 미안해. 어려운 부탁 해서. 그렇지만 너도 똑같은 부탁을 26의 우리에게 넘겨주리라 생각해서 이 부탁을 후회하지는 않을래.
바쁜 시기, 초심을 잊고 살 시기. 그 시기에 전해질 이 편지가 부담으로 다가가기보다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기를 바라. 그 김에 이곳저곳에서 치이는 바람에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유도 한숨 가져 보기를, 이 편지가 네게 소망을 되찾아 주기를. 그리고 우리의 그 꿈이 이뤄질 그날을 함께 기대해 보자.
그럼, 안녕!
네가 행복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