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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 dearmyfreshmanself
  • 1일 전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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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

 가깝고도 먼 미래의 나에게 살포시 띄워보는 두 번째 글이다. 첫 번째는 아마 중학교 2학년 특별 활동 시간에 적었던 작은 유리병 편지였을 거야. 사실 그 존재에 대해서는 깨우친 지 오래 지나지 않았지 – 그 유리병 편지는 그저 항상 난잡했던 내 서랍장 한 구석을 언젠가부터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지난 3월의 어느 날, 그 날은 좀 달랐던 것 같아. 그냥 갑자기 그 연두색 편지지가 담긴 유리병을 열어보고 싶었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열어 본, 그 풋풋하고도 어린 마음이 담긴 종이에서는 스물다섯 살의 내가 이뤘길 바라는 소소하고 또 대단한 꿈들이 적혀 있었지.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원하는 직업을 갖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가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난 저 마지막 소망을 보고 잠시나마 머리가 띵해졌던 것 같아. 작년 올해 들어 나는 나 자신을 정말 사랑할 줄 모르는구나, 하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 정작 어렸던 내가 어른이 된 나에게 바란 가장 큰 꿈이자 종결적인 꿈이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니… 문득 다른 것보다도 그 꿈을 지켜주지 못하게 될 까봐 갑자기 막 안달이 났던 것 같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는 한창 학업에 열중할 시기라서 숫자와 등급과 주변 사람들과의 상대적인 위치로 나 스스로를 정의하고 그에 따라 내가 내 스스로의 가치와 아끼는 정도를 매기느라 급급했던 기억이 얼핏 나는데, 스물네 살 먹은 지금도 시공간만 변했지 주변 상황은 물론 내가 내 스스로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 역시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야.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던 나… 지금 생각하면 참 안쓰럽고, 안아주고 싶고, 근데 또 그 때마저도 내가 나 스스로에게 주는 사랑과 애정과 확신의 결핍을 느끼니까 그렇게 스물다섯의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길 바란다고 쓴 그게 너무너무 기특하고 용감한 것 같아.


열다섯짜리 그 꼬마의 소원을 난 스물다섯의 너가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이 말 굉장히 진부하고, 추상적인 거 잘 알아. 그렇지만 너가 정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내년 이 맘 때쯤에는 이 소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왜냐면 지금 이 시점의 나는, 스물네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나는, 꿈을 찾고 싶다는 핑계로 학교를 땡땡이치고 두 달을 자기 성찰에 갇혀 사는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매일 같이 고민하고 있거든. 그리고 그럼으로써 내가 내 가치를 높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내 주변에 어떤 타인이 있는지, 내가 어떤 시공간에서 어떤 호사를 누리는지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얼마나 잘 하고 있으며 내가 한 번뿐인 여정인 내 삶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내 몸과 마음의 양식을 길러오고 있는지인 것을 알게 되었거든.


난 무언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본 경험이 없다고 생각해왔었어.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된 시간이 흐른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보니 그 둘이 정확하게 일치하네. 내가 한평생 바라던 것은,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너가 이 편지를 다시 받아볼 스물다섯 이 시점에는, 너가 열다섯 살에 바랐던 것처럼, 그 중에서 다른 것보다도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을 꼭 실천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채로 지금 보면 별 거 아니었던 걸로 스스로를 할퀴고 괴롭혔던 열다섯, 그리고 청소년 시절의 너 스스로에게 돌아가서 지금 이렇게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믿고 아끼며 매일매일을 살아가라고 뒤늦게나마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스물 다섯의 나 자신에게 바라는 전부야.


나는 문득 스물 다섯의 내가 어떤 시공간에서 어떤 것을 하며, 누구와 어울리며 살아갈지에 정말 궁금해진다! 내년 이 맘 때쯤은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그 때만을 상상하고 기대하며, 오늘도 나 자신을 한 조각이라도 더 사랑하고 아껴나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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