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멈춰서 숨 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안녕 21살의 oo아.

나는 흔히들 말하는 뜨거운 청춘보다는 어쩐지 미지근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강원대에 처음 발을 들였었던 3월, 한 달 동안은 다들 동일하겠지만 환경에 적응도 잘 못하고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엄마,아빠가 보고싶어서 맨날 울었기도 했고, 과 활동을 참여한다고 해서 고등학교때처럼 바로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도 많았었지.. 특히 개강 첫날 첫 수업이 화요일이라 10시 수업인데 착각하고 월요일 10시 반 수업에 가서 빈 강의실에 혼자 앉아있다가 화요일인거 알고 펑펑 내리던 눈 맞으면서 눈물에 얼굴도 다 젖고 눈도 엄청 내려서 머리도 다 젖고 교수님 앞에서 죄송하다 하면서 울었던 것도..지금에 와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까지 중간고사를 봤는데 고등학교때에는 목표도 있고 그래서 열심히 했었던 것 같은데, 핑계라면 핑계지만 목표도 꿈도 없어서인지 중간고사 하루 전날에 밤새면서 공부했는데 결국에는 다 망쳐버렸어..ㅋㅋ 고등학교 때 그려왔던 대학이랑은 너무 달라서인지 너무 혼란스럽기도 하고, 흔히들 말하는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코칭심리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하고 오늘 진로상담을 받고 왔어 총 5회 진행 한다던데 사실 하고 온 오늘도 도움이 되는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말하다보니까 내 안에 있던 물음표들이 조금은 정리가 된 느낌?..근데도 사실 이게 도움이 잘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한 번 밖에 안한거니까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물음표같은건 잠시 묻어둬 볼까 해. 이번 상담이 21살인 나에게 정말 큰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 지금 나는 진로에도 고민이 많지만 최근들어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어..왜 이렇게 인간관계가 버겁게만 느껴지는걸까.. 요즘들어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인 수연이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고 버겁게만 느껴지네..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주고 믿어주는건 고마운데 자꾸 나한테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들으면서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치게 돼..그런데도 이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이어가는데 21살의 나는 이 관계를 잘 풀었을까? 그때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런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물론 21살에는 어쩌면 이것보다도 더한 고민들이 많을텐데 그때도 잘 이겨내고 있을 거라고 믿고있어.그리고 비록 1년이지만 한 해 동안 때로는 삶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을 테고 그 순간마다 묵묵히 견뎌 냈을,그리고 묵묵히 견뎌온 너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 가끔은 너무 힘들고 지칠거야, 너무 힘들 때는 너한테 조금 더 관대해져도 괜찮아.

21살의 지민이는 가끔은 멈춰서 숨 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모든걸 내려 놓고 싶고 주변 사람들은 다 나보다 잘나고 뛰어나보이고 자존감도 자주 내려가서 힘들 때가 다들 있다고 하잖아, 나는 지금 그런 감정들을 더 자주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나만 질투심 느끼고 열등감 덩어리인 것 같기도 하고, 20살이 되면 멋지게 살 줄 알았던 어린 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자꾸 더 혼자 있으려고 하고 그러는 것 같기도 해. 그래서인지 요즘 자주 슬픈 노래만 듣는데 권진아-위로 라는 노래 좋더라. 읽고있는 지금 너무 힘들다면 저 노래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 너 학창시절에 왕따나 수많은 부당한 사건들을 잘 이겨내 왔잖아, 너 잘해왔고, 지금도 잘 하고 있고,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고 울고싶을 땐 울어도 돼. 오늘 하루도 수고했고 고생 많았고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오늘만큼은 좋은 꿈꾸고,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되었길,,

미지근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20살의 지민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