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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에서 만나자

  • dearmyfreshmanself
  • 9월 17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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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6일,

     

새내기 안녕? 나 고학번. 지금은 2025년 4월, 나는 어느덧 스물세 살이야. 기숙사의 첫인상은 그래도 괜찮았지? 가장 신축 건물이다 보니, 시설도 생각보다 깨끗해서 좋았지. 아마 부모님과 인사한 후에는 이 넓은 학교에서 ATM기를 찾아보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던가? 이제 곧 아무것도 모르는 바깥에서 고생하며 헤맬 너를 생각하면 이 사실만큼은 꼭 과거로 돌아가서 알려주고 싶다. 사실 ATM 바로 앞 건물 1층에 대놓고 있어. 그런데 이제 막 스무 살의 자유를 얻은 너에게는 정말 아쉬운 이야기지만, 너는 이틀 뒤에 코로나에 걸리게 돼. 바로 다음 날, 아빠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거든. 일단 병원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을 거야. 하지만 그날은 너에게 가장 중요한 약속, 친구들과의 1박 여행이 있는 날이었잖아. 아직 잠복 기간일지도 모르니 원래라면 격리를 해야 했겠지만,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 몰래 놀러다녀온 기억이 아직 선명하네.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이런 일탈은 나에게 너무도 중요한 기회였으니까. 이런 설레는 마음이 처음이라서, 그래서 더 포기하지 못했었지. 그리고 코로나 말인데, 아마 첫날은 좀 아플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몸이 아픈 건 외롭고 불편하기만 한 기억일 테지만... 그래도 격리 시설 밥 나름 괜찮다? 도시락 구성이 아주 기가 막혀.

     

그런데 실은 수능 전부터 크게 슬럼프가 와서 대학 같은 거 가고 싶지 않았는데, 1년만 다녀보고 결정하라던 부모님의 설득에 겨우 입학한 거였지? 본래 목표하던 곳도 수능을 망쳐서 전부 떨어져 버리고, 담임 선생님은 내가 극단적 선택이라도 할까 봐 걱정하셨을 정도였잖아. 가기 싫다고 등록금 내는 기간을 숨기려다가 들킨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니까 그때의 나는 정말 어리구나. 평소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기억이 많아서 어떻게든 상황을 회피하려 했으니까. 그래도, 음... 아직은 대학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아. 벌써 4학년인데, 이거 그래도 할 만해. 근데 1학년 2학기에 새로운 룸메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너도 어느 정도 즐기게 될걸. 그 룸메이트와의 만남은 내 운명의 기로 중 하나일 테니까. 왜냐하면, 엄청 쾌활하고 주변 사람과 함께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였거든. 따돌림 경험으로 우정이란 게 어색한 나한테 혼자선 경험하기 힘든 순간을 많이 보여줬지. 같이 개총에 가자는 말 하나가 이렇게 생활을 바꿔 버린 거야. 그리고 그 룸메이트랑은 3학년이 되고 잠시 같이 살기도 해. 근데 좀... 어리버리하기도 해서 딸처럼 챙겨줘야 하니까 살짝 피곤할 수도 있어.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동기니까 잘 대해줘. 너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거야.

     

그리고 말이지, 2학년이 되면 얼마 안 가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 생길 거야. 갈등이 있을 때 대화로 풀고자 노력하고, 서로 맞춰가기 위해 내 예민한 부분도 이해하고, 사귀는 사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나라는 사람이 좋아서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지. 어쩌면 내가 다른 대학에 다 떨어지고도 이곳으로 온 건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정말 좋은 사람이고, 요즘은 보기 드문 다정한 성격이야.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조금 개인주의잖아? 그런 곳에서 눈에 띈다는 건 남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거든. 가끔은 의견이 달라 부딪히겠지만, 끝까지 그 사람을 놓지 않고 함께 2025년까지 따라오길 바라. 연애도 그렇고 학교생활도 그렇고 사실 힘든 일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지치지 않고 열심히 나아가 보자. 그냥 건네는 쉬운 말이 아니야. 나는 네가 참 행복했으면 좋겠거든. 하루하루가 지쳐서 울고 좌절하고, 억울함에 무기력해지는 마음이 찾아오더라도 이겨내 줘. 너한테는 내가 있으니까, 너는 외롭지 않을 거야. 부디 네가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겪고서 여기까지 오면 좋겠다. 조금 어려울지라도 내가 꼭 너에게 행복한 내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우리 오늘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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