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이라는 포부까지
반갑다 과거의 봉아. 너의 인생은 참 얄궂지. 과거를 돌이켜보면 너 또래 중 너만큼 다이나믹하게 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뒤가 없었던 너의 삶이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가시지 않는구나!
19살, 괴짜 수학 선생님을 만나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때부터 타성을 깨기 시작했지. 전문대 진학 시에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없는 성적에서 수능까지 110일 정도의 시간으로 점수를 2배로 만들었지. 이러한 비약적인 상승에 대한 요점이 뭐였을까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 바로 문제를 틀릴 때마다 맞으면서 공부한 게 큰 집요함으로 이끌었던 것 같아. 무슨 생각으로 멍이 들 때까지 맞아가면서 공부를 한 거야. 평생 안 하던 공부로 이변을 만들겠다고 눈물까지 흘러가며 한 게 참 딱하기도 하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기분이 아리송하다. 여담으로 2024년 너희 아버지는 밥 먹으면서 아직까지도 자랑스럽다 말씀하신다.
20살, 무작정 대학 공부에 치중하기보다는 성적에 맞춰온 학과부터 회의감을 가졌지. 인간병기 봉, 선배들이 술 따라줄 때 두 손으로 받는 거부터 시작해서, 6주 동안 술값만 90만 원을 쓴 시절이 있을 만큼 극에 달한 적이 있지. 학교 공부는 안 해도 꾸준히 책을 많이 읽었던 봉.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살았는지,, 남들 다하는 다이어리 같은 거를 써보지 그랬냐.
21살, 20살 놀음의 대외적인 연장선, 대체 얼마나 좀이 쑤셨던 거야. 3개월마다 해외를 총 4번이나 갔어! 심지어 1번은 부모님 몰래 혼자 해외를 갈 생각을 하냐. 일거수일투족까지 계획을 짰지만 생각지 못 한 경험들과 절경들이 많았지? 참 그거 아냐 아빠는 너 혼자 해외 간 거를 3년 후에 알게 된다? 약 2년 동안 충동적으로 놀고 먹고 한 게 슬슬 충분하다고 느꼈는지 자아 성찰과 직업 선택에 대해 알아보자 마음먹을 때가 왔지. 해외 가기 전날에도 꾸준히 책을 읽는 너를 보아하니 옹골차구나. 19살 때까지 읽은 책보다 아마 근래 2년 읽은 책이 더 많을 거야 그치?
22~23살, 읽었던 책들의 복잡한 알고리즘들과 경험들이 합쳐져 이공계보다는 문과에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지. 추가로 문학 계열에서도 어떤 종목이 나에게 적합할지 한국의 있는 자격증들을 전부 나열해 비교했지. 아마 이러한 자그마한 생각 과정들부터 경영학에 부합하다고 여겼지. 아무튼 "2~3개 정도만 선택해 공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재미 들여 7개를 준비할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거야. 무난하게 공부하는 것조차 지루하다고 느꼈는지 벼랑 끝에 몰아야 나의 역량이 나온다고 준비 기간을 전부 평균 기간의 80%를 준비해 시험을 보았지. 대관절, 너는 후회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때 누군가 "공부 적당히 하고 살 좀 빼고 꾸미고 다녀 연애도 해봐야지"라는 말을 해 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네.
24살, 이공계에서 경영학으로 전과하고, 이것조차 성에 안 찼는지 작곡이란 포부를 통해 본 직업으로 이끌어 나가고 경영학과는 부전공으로 학교생활을 하겠다고 선언했지. 작곡 패러다임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돈이 얼마가 들어갈지 가늠도 못한 네가 이런 방대한 결심을 한 게 지금 생각하면 24살에도 치기 어렸던 거 같아.
25살, 이제 필요한 작곡 이론들은 90% 이상 배웠고 이제는 금전적인 분배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애해야 하는지 중압감이 올 때야. 경영학에서 끊임없이 다뤘잖아~ 기회비용이 어쩌구부터 우선순위와 어떤 전략을 통해 최적화할 수 있는지.
현재, 지난 20살 이후 봉이의 과거를 관조하니 너무 피곤하게 살아온 거 같아. 다이나믹한 과거의 생활들이 상대적으로 현재의 나를 되려 옹졸하게 만드는 거 같아. 그렇지만 과거의 투박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현재 매일 6~10시간 모니터를 보며 작곡을 하는 내가 즐거운 거 같아. 자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거든.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봉이는 마음을 더 굳건하게 먹고 원하는 바를 이뤄볼게. 둘 다 파이팅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