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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했어


To. 신입생이 된 나에게

 

안녕 유진아! 20살, 대학교 신입생이 된 넌 엄청 신이 나 있었을 거야. 처음으로 타 지역 생활을 하게 돼서 기숙사에 들어오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으니까? 물론 네가 진학하게 된 과가 나에게 맞을 지 맞지 않을지 몰라서 걱정도 있었겠지만 모든 과목에 열심히 준비할 마음가짐은 충분했었을 거야. 드디어 기다렸던 첫 수업 날이 왔고, 진짜 강원대학교 학생이 된 것 같아 오리엔테이션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말씀에 열심히 대답도 하고 집중하면서 일주일을 보냈었어. 개강 후 일주일 내내 새로운 동기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학식도 먹고, 동아리 가입도 하고, 술도 엄청 마셔댔지. 그 일주일이 너무 알찼었고, 이대로 행복한 생활이 이어지기만 바랬어.   

     

하지만 그 행복했던 일주일이 끝난 시점에, 너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느꼈었지? 얼굴 오른쪽 부분이 감각이 둔해지고 움직이지 않았고, 그 뒤로 손과 발이 저리면서 감각이 점차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어. 그때 당시에 너무 놀라서 당장 본가로 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병원으로 향했었어. 몸이 이상했지만 별거 아닌 것 같아 너는 약을 처방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 응급실에 가서 급한 검사를 끝냈더니 너에게 돌아온 말이 입원 치료를 해서 정밀 검사를 하라고 했었어. 너는 그때 이 말을 듣고 몸이 이상했던 것도 잊은 채 짜증부터 냈었을걸. 빨리 학교에 가고 싶은데, 이제 막 개강하고 대학 생활을 즐기려던 찰나 입원을 해야 한다니 하면서.

          

결국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하고, 힘들었던 뇌와 척추 MRI, 뇌척수액 검사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검사들을 하고 나온 결과가 생각보다 충격적이였어. 너가 어떻게 보면 희귀병으로 분류되는 ‘자가면역’이래. 너의 항체들이 너 자신을 공격하는 병인데, 너의 항체가 신경 뿌리들을 공격해서 몸에 마비 증상이 왔고, 처음은 손과 발만 저리고 감각이 없었지만 점점 온몸 전체가 감각이 사라졌어. 근데 너는 이때 몸이 이렇게 아파졌는데도 학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지. 일주일 넘게 말로만 듣던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면역 주사를 맞으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고, 병원에서는 감각이 돌아와도 계속 재활과 약 복용을 해야 한다 했지. 결국 난 어쩔 수 없이 신입생이 된 2주 만에 ‘휴학 신청’을 하게 됐어.

    

주변 사람들의 걱정 속 네가 했던 말 “그냥 조금 아파서 학교 잠깐 쉬어~ 어쩔 수 없지.” 이러면서 웃었어. 휴학 신청을 마치고 손에 주사를 꼽은 채로 기숙사 짐을 빼러 갔어. 넌 어쩔 수 없이 한 휴학이 마냥 괜찮은 줄 알았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걱정에도 괜찮다고 했는데, 네가 기숙사 짐을 빼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나왔어. 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또 괜찮은 척했지.

         

맞아, 넌 아파서 누워서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주변 다른 친구들은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엄청 힘들어했었어. 이렇게 휴학을 하게 돼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었고, 전공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너를 자책하며 병원에서 매일 밤마다 몰래 울었어. 솔직하지 못했지. 겉으론 괜찮은 척 했지만 너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던 거야. 다사다난했던 병원 생활은 끝이 났고 다시 너의 일상 생활로 돌아와 휴학한 기간 동안 어떻게 이 시간을 아깝지 않게 보낼 수 있을지 수도 없이 고민했던 것 같아. 지금의 너는 네가 진학한 과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다시 복학하게 되었을 때 뒤쳐지지 않게 그 과를 더 좋아하고 관심 가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 유진이 네가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도전해서 아픈 것도 극복하게 된 것을 나는 이해해. 정말 수고했어.

          

지금 이 편지를 쓰면서 아팠던 때를 떠올리니까 마음 한편이 뭉클하다. 이 편지에 대학에서의 신입생 때 모습과 일들이 적혀야 하는데 , 대학 생활 이야기가 없어서 만약 이 편지를 다른 사람들이 읽게 되었을 때 지루했을 수도 있겠다. 근데 다른 사람들이 대학교 신입생 생활을 떠올릴 때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만 생각할 테지만, 나처럼 어느 순간 절망이 찾아와 그 힘들었던 모습도 있다는 것을 이 편지로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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