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준에게,
안녕? 1학년의 신준아. 나는 6년 뒤의 너야.
갑자기 이런 편지를 받아서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래도 이 편지를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어. 아마 그 무엇보다 지금의 너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테니까.
지금 이맘때쯤이면 대학교 합격 소식을 받고 한창 입학 준비로 정신없겠지? 고등학생 때는 늘 앉아서 공부만 했는데 대학교에 들어가면 새로 친구도 사귈 테고, MT도 가고, 동아리도 들어가고, 공부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거고.
사실, 이런 것들이 설레고 기대되는 게 일반적이겠지? 하지만 너는 그런 마음보다는 오히려 걱정만 늘어나고 아무것도 관심이 잘 안 갈거야. 너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아직도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고 있을테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겪었던 일들이 널 지금까지 힘들게 했고, 너 자신을 차분히 돌아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서툴렀었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거라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주고 위로해주면 좋았겠지만 넌 티를 내지 않았었고, 누구에게 말하기도 힘들었지. 그래서 내가 이 편지를 쓴거야. 누구보다 너를 잘 아는 내가 위로해주려고. 어설프게 잘 될 거란 말을 하는 건 너도 와닿지 않겠지? 그러니까 내가 겪었던 지난날의 얘기를 해줄까 해.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맨 처음 입학하고 나서는 대학교 생활에 적응하는게 참 어려웠어. 난 그때까지만 해도 공부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제대로 못 했으니 대학교에서는 열심히 해서 만회해보자는 생각이였지. 근데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내가 이 편지를 썼을까? 공부를 해도 하는게 아니였어.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사귄다던가 학과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어. 내 스스로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는지 사람들을 피해다녔거든. 결국, 어영부영 지내다가 그대로 입대를 했어. 여기까지 들으니 도대체 뭔가 싶지? 위로를 해준다더니 암울한 얘기만 잔뜩하고 ㅋㅋ.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끝까지 읽어줘.
아무튼, 군생활 잘 마치고 복학을 했어. 그래도 군대를 갔다 오니 조금은 자신감이 붙어서, 서툴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었지. 그런데 가슴 한구석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 들고 아직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어딘지 모르겠더라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조금씩 할 때였으니까. 그러다가 우연히 교수님 한 분께 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할 수 있을까란 말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서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맞는 기분이였지. 한참을 속으로 곱씹다가 이런 다짐을 하게 됐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왜 그렇게 감명 깊게 다가왔는지 모르겠어.
그 뒤로 나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어. 나는 위에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기보다는 가장 밑바닥에서 헌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올바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었으니까. 나의 이런 노력들이 조금씩 보답을 받기 시작했는지 우연히 외부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어. 그전까지 조용히 지내던 나에게는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입상도 하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냈어. 이 일이 나에게 있어 큰 반환점이 되었던 것 같아. 대회를 준비하면서 발표도 자신 있게 해보았고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첫 성과여서 그랬는지, 이때부터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 그 후부터는, 그전에 내가 했던 고민들이 무색해질 만큼 모든 일이 잘 풀렸어. 아무 시행착오 없이 순탄히 흘러갔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력해서 최선을 다했더니 어떤 일이든지 다 해내 지더라고. 최소한 네가 고민하는 학업에 관해서는 아쉬울 게 없을 만큼.
지금의 나는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어. 이제는 나의 꿈이자 목표가 된, 이전에 했던 다짐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를 더 하면 좋겠더라고.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쭉 읽어보니까 어때? 최대한 그때의 감정을 살려서 써보려고 했는데 너는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네.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넌 네 생각보다 더 능력 있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거야. 지금 당장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기도 하겠지. 나도 겪었기 때문에 너의 심정을 이해해. 하지만 너무 오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기서 포기하면 내 인생은 배드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일어서면 그 끝은 해피엔딩일 수도 있잖아?
나의 편지가 그 희망이 되었으면 해. 그동안 혼자서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항상 응원할게.
너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