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한편에 새겨지겠지

To. 과거의 찌에게

찌야 안녕. 그동안 잘 지냈어? 힘들었던 재수 시절을 마치고 강원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재수 1년 내내 꿈꿔왔던 대학 생활이 아니었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너의 노력이 원하던 결과를 못 내기도 했고,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들을 보며 고등학교 밖, 사회로 나가는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야. 왜 나 빼고 다른 친구들은 다 잘 되는 거 같고, 유독 나만 운이 없는 거 같은 그런 생각 말이야.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20살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이 항상 너를 괴롭혔던 거 같네.

이와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서 비대면 수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아마 대학교라는 곳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 했던거 같아. 코로나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대학생활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대학생활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탓인지, 더 큰 실망을 했던 때도 있었을 거야. 인간관계, 학과 공부, 진로 등등. 그동안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짜인 시간표, 생활 등 누군가가 시키는 것만 해오던 네가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며 겪는 모든 것이 낯설었을 거야. 그리고 그 낯선 환경에서 겪는 문제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너에게 더 크게 다가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생각하는 대학교라는 곳은 작은 사회이기에, 누가 너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도 안 해줄뿐더러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오롯이 네가 감당해야 하는 곳이거든.

한 반에서 1년 내내 동고동락하던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다르게 대학교는 각자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생각했던 친구들과의 관계와도 사뭇 달랐을 거야. 예컨대, 내가 그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과 그 친구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든지, 내가 생각하는 옳음의 기준과 친구가 생각하는 옳음의 기준이 달라서 당황스럽다든지, 어제는 친했던 친구라도 오늘은 생판 남이 되어버린 경험이라든지, 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그때마다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

20여 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각 또한 다를 테고, 그것은 다른 거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 생각과 기준의 다양성을 항상 전제로 하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좀 더 넓어질 거야. 다만 그 인간관계가 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 관계를 그만둘 수 있는 용기 또한 갖추고 있다면 그게 베스트!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도 부족한 시간이니까. 경험상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그 옆에 따라오는 좋은 인연들, 관계들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더라고. 그러니 내 주변을 살피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에게도 집중하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니까 남들과의 괜한 비교는 덜어두도록 하자.

학과 공부를 하면서도 이게 내 길이 맞는지, 적성에 잘 안 맞는듯한 공부를 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도 궁금하네. 충분한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가지지 않은 채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거 같아. 돌이켜보면 학과 선택을 잘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무언가를 할 의욕도 없고, 뚜렷한 성취도 이뤄내지 못한 거 같다. 그동안 목표로 했던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까 그 이후의 목표를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지. 목표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어. 그런데 찌야 목표가 없어도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다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시도해 보라는 말도 해주고 싶어. 그게 운동이든, 학점을 챙기기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든, 자격증을 취득이든, 무엇이라도 괜찮아. 일단 하나를 시작하고 끝마치게 되면 거기서 오는 성취감은 정말 짜릿하거든. 완주를 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뿌듯함을 안겨주고, 그것이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데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따라오면 훨씬 좋고! 그렇게 하나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늠하게 되는 거 같아.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는 것과 같이 선택 당하는 삶을 생각하기 이전에 내 삶의 의미, 가치 등을 먼저 선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그 끝엔 또 다른 행복이 있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필요해!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강원대학교에 와서 좋았던 일도 참 많았던 거 같아.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누군가를 사랑해 보기도 하고, 나에 대해 더 생각해 보기도 하고, 전공 교수님의 대학 강의를 듣기도 하고, 대학교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로망들도 하나하나씩 해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거 같아. 나중에 돌이켜보면 강원대에서의 힘들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모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한편에 새겨지겠지. 인생에서 제일 빛날 20대, 앞으로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길 바라며 더 넓은 세상에서 만나자!

From. 현재의 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