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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좋아



나의 거울, 송현이에게


송현아, 안녕? 나는 미래의 너, 이송현이야.

우선 힘들었던 수험생활을 마치고 강원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 정말 축하해. 처음에는 학교가 서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집과 거리도 멀어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 매일 함께 생활하던 부모님과 동생도 자주 못 보고 교통비나 식사비 등 다양한 비용 걱정도 될 거야. 하지만 이러한 기숙사 생활도 그리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 나도 집에서 생활할 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식사, 교통, 그 외의 문제가 기숙사에서 살면서 발생한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했어. 그래도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이것도 금방 적응되더라고. 아무래도 주말마다 기숙사, 본가를 왔다갔다해야하기도 하고 평일에는 학교 수업으로 꽉 차 있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들어서 고민을 했는데 점점 해결책을 터득할 수 있었어. 내가 찾은 해결책은 바로 대회 상금이야. 어려서부터 내가 글쓰기에 관심도 많고 수상도 여러 번 해 본적이 있었거든? 고등학생 때까지는 상장과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것으로 끝났지만 대학생 때는 상금을 주더라고. 차라리 아르바이트 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글 대회에 참여해서 수상을 하고 그 상금을 받아 생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르바이트 한 번 하는 비용보다도 금액도 크고 내 경력도 쌓을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가 아니었을까 했지.


송현이 네가 우울증을 겪을 정도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1학년 2학기가 아니었을까 싶어.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데 고등학교 때와 학습 방법이 달라 낮은 성적을 받아 혼란을 겪기도 했지. 하필이면 그 시기에 사랑하는 가족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한 달도 안 되고 돌아가셔서 그런 고통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 나는 네가 그 가족 분께 잘해주지 못했다고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그 분이 보고 싶어서 눈이 짓무를 때까지 운 걸 생각하면 내 가슴도 찢어질 것 같더라.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실제로 죽으려고도 하는 걸 보면서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아.


그래도 그 때 네가 용기를 내서 학교 심리상담센터에 문을 두드린 거, 그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 개인적으로 어쩌면 네가 이러한 시도를 계기로 이후에 너에게도 많은 기회가 따랐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다행히도 상담 선생님께서 너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더 이상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위로해주시고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셨잖아. 그 덕분에 네가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까지 이전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까지의 나의 말만 들었을 때는 너에게는 힘들었던 순간만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들거야. 하지만 내가 너에게 심리상담센터에 문을 두드린 이후로 많은 기회가 따랐다는 말을 한 적이 있지? 그 기회는 2학년 1학기부터 시작이 돼. 네가 입학을 한 이후, 거의 처음으로 글로 상을 받은 평화 서평대회. 기억나니? 통일강원연구원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는 책을 읽고 자유와 평화에 대한 서평을 썼잖아. 그리고 장려상을 받았지. 네가 그 대회에서 글대회 수상의 첫 단추를 끼운 거야. 축하해. 그 전까지만 해도 매번 대회에서 떨어지고 ‘내가 과연 글쓰는 것에 소질이 있는 걸까’ 고민을 많이 했잖아. 하지만 이 대회에서 너에게도 글에 대한 첫 기회가 찾아온 거야.


이후로도 너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꽤 많은 수상을 했어. 글과 관련된 대회 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상을 받았는데 3학년이 된 내가 세어보니까 총 11개나 되더라. 물론 대부분이 교내 상이라 교외에 비해 받을 확률이 높은 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수상 실적이 너의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들어.


네가 가장 많은 목표를 이루었던 현재,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너는 큰 기쁨을 얻고 높은 자존감도 갖게 될 거야. 일단, 3학년 1학기 때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점도 4.5라는 큰 점수를 얻고 학과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는 날이 와. 가족들도 그런 너를 무척 축하해주고 너 역시 조금이나마 안심을 할 수 있게 돼. 사실 이 시기가 곧 너의 동생 대학 입학을 앞둔 때이거든. 아무래도 맏이인 너의 부담이 컸을 거야. 특히 동생의 학교는 사립 대학교라 등록금이 네가 다니는 학교보다는 높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해. 다행히도 네가 장학금도 받고 여기에 학기 중 참여했던 토익 스피킹 프로그램 우수자로 선정되기도 하고 여러 학습 공모전에서 당선도 되면서 상금도 많이 받게 돼. 그것으로 너는 기숙사와 식사 비용까지 스스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단다. 어때? 생각만 해도 뿌듯하지 않니? 솔직히 가장 기쁜 건 너로 인해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는 것일까 스스로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 큰 행복을 받은 것이라 생각해. 그게 상금이나 장학금을 많이 받은 것, 성적을 높게 받은 것보다 더 기쁘더라고.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폐를 끼치는 게, 그게 싫기도 하고 불편했잖니.


대학에 합격하고 마음처럼 잘 나오지 않는 성적 때문에 속상해하고 가족으로 인해 슬퍼도하면서 때로는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로써 생각해보면 이러한 경험도 모두 소중하고 중요했다고 생각해. 더욱 발전한 내가 될 수 있었잖아. 약했던 마음도 단단해지고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공부할 때도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작가가 꿈인 내게 좋은 글의 소재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너무 낙담만 하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만 말고 미래의 너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정 힘들면 너의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좋아.


내가 학교를 다니며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누구나 인생에 ‘희로애락’이 존재한다는 거였어. 때로는 힘들고 슬프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기쁘고 즐거울 때도 찾아온다는 것. 그러니까 매 순간 작은 것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늘 지금 이 순간 그대로 꾸준하게 열정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나중에 너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수고했고 기특하다는 말 해 주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힘을 내서 다시 한 번 달려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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