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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 dearmyfreshmanself
  • 9월 17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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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방황하던 20살의 나에게


안녕? 난 22살 3학년이 된 2025년의 너야. 20살 새내기가 된 기분이 어때? 그때의 너는 비록 전공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대학에 합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퀘스트를 깬 기분이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교를 갔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네가 생각한 대학과는 거리가 멀거야. 그래도 어찌저찌 버티고는 있어. 3학년인 지금도 전공에 딱히 애정은 없지만 도서관도 가보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중이야. 2학년 때까지는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이제는 그냥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돌이킬 수 없으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아, 이건 미리 말해두는데 너 2학년 1학기에 학사경고위험군 된다. 학점이 무려 1.89야. 네가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일이지? 너무 부끄러워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들한테 떠벌렸는데... 이유는 기억 안 나지만 이때의 너는 심적으로 많이 무너져있었어. 그것 때문에 집에 오면 게임만 하고 수업도 과제만 대충 해갔지. 왜 그랬는지 잊은 거 보면 그냥 일시적인 우울이었나봐. 내가 아는 너는 예민하면서도 단순해서 금방 밝아지거든. 어떻게 보면 감정적으로 쉽게 무너지지만 그만큼 빨리 극복한다는 거겠지?


실험 수업하면서 보고서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될 거야. GPT도 돌려보고 동기한테 빌어서 도움도 받아보고 온갖 노력은 다 하는데 '내 머리로 이해하기'가 안 돼서 가장 스트레스였지. 물론 내가 공부를 안 했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지만 말이야.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일들 나열하니까 학년 올라가는 게 싫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걱정 안 해도 돼. 나도 그때는 이게 심각하다고 생각했어 학사경고위험군 받았을 때는 진짜 큰일 난 줄 알았는데 재수강하면 되고, 이제라도 다시 공부하는 노력을 보이면 되잖아? 실제로도 지금 그렇게 하는 중이고. 대신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더 안 하면 안 된다? 그러다 다음엔 위험군이 아니라 진짜 학사경고 받을지도 몰라...


작년까지만 해도 시험 볼 때마다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어서 몇 자 적지도 못하는데 그렇다고 빨리 내고 나가기에는 눈치 보여서 푸는 척 앉아있었다? 근데 이번엔 좀 달랐어. 동기들 도움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했더니 내가 문제를 풀고 있더라고? 큰 차이는 없겠지만 이만큼 발전한 것도 대단하다 생각해.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더라. 20살의 나는 나에게 너무 각박해서 사소한 칭찬도 안 해줬는데, 나 참 많이 변했더라. 발전한 네가 자랑스럽지 않아? 나중에 이때의 내가 되면 나처럼 칭찬 많이 해줘.


그렇게 가장 오고 싶지 않았던 이공계로 오게 되면서 좌절도 많이 하고 부모님이랑도 자주 싸우게 됐어. 이제는 나아졌지만 문득문득 화가 나. 만약 부모님이 내가 원하는 과에 지원하도록 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지금보단 행복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내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사람이 한없이 망가지더라. 일부러 더 생각하면서 망가뜨린 적도 있었고. 너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진 말아줘. 가뜩이나 스트레스도 잘 받는데 불쌍하잖아. 그것도 2학년 때까지만 심하게 괴롭고 3학년 되면 괜찮아지니까 부탁할게. 알았지?


너 네 태명이 뭐였는지 기억해? 소망이었어. 지금도 엄마 폰에는 '소망'이라고 저장되어있다? 지치고 힘들거나 외로울 때 떠올려봐. 넌 부모님의 소망이었고 앞으로도 사랑받는 막내딸일 테니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 말도 있잖아.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이 말 알지? '아무도 날 사랑 안 해!'라고 하지마. 내가 아는 너는 가끔 부정적이라 분명 이 생각 한 번쯤은 할 거야. 아무도 없긴 왜 없어. 내가 있는데. 소망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겨.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니 어떻게 이렇게 잘 버텼을까 싶더라. 너의 괴로움은 미래의 내가 극복할 테니 두려워 말고 전진하자. 사랑하고 우리 힘내서 졸업까지 무사히 달려보자. 완주하고 나면 좀 더 새로운 미래가 기다릴 거야. 그때까지 파이팅!


From. 22살의 조금은 성숙해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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