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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별빛을 새기기로 하였다

  • dearmyfreshmanself
  • 9월 17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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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없는 하늘 아래 잃어버린 별빛을 찾아 보내는 편지.어느 순간부터 밤하늘이 달리 보였다. 어릴 때는 빛나던 하늘의 별도 세었는데, 이제는 한 줄기 별빛을 찾아 밤하늘을 거닐고 있다.그래. 나는 빛 한 점 없는 밤하늘을 거닐고 있다.별을 헤었던 희미한 기억만을 붙잡은 채 꿈을 꾸었던 흔적만이 몸에 남아 나를 몰아세운다.빛 한 점 없는 광오한 밤하늘만을 보게 된 건 세상이 변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인가?꿈을 잃어감에 어른이 되는 거라면, 나는 얼마나 어른이 되었나?


지나온 나날들에 대한 회한과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몸서리쳤다.두려운 상상이 불길한 미래를 점지함에 도망치고만 싶었다.한없이 초라한 나 자신을 용서할 자신이 없었다. 이런 나를 믿고 기꺼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에게 압박감과 부채감만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겁에 질린 나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여했다. 호오와 관계없이 그들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한 의무와 책임으로 나 자신을 채찍질해 가며 한동안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꺼진 장작의 잔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오래지 않아 잠시 눈 돌려 두었던 공포가 나를 엄습하였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라면, 무엇을 위한 삶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고통은 무엇을 위함인가?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본능적인 깨달음이 찾아왔다.인생이 고통으로 가득하다면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삶의 전환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다행히 고통이라면 넘쳐났고, 나는 이것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며 그 속에서 뒹굴었다.육체의 결핍은 욕구요. 정신의 결핍은 갈망이다. 이는 살아있는 한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고통이 삶과 불가분하다면 고통뿐인 삶에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역청 같은 고뇌와 묵상 속에서, 하나의 결심이 날 일으켜 세웠다. 크나큰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하고, 내 의무와 책임이 향해야 할 이상향. 그 아름다운 가치. 나는 이것을 꿈이라 부르었다.세상에 고통만이 가득하다면, 그 고통마저 이용하겠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고통이라고 하면 못 버틸 것도 없겠다 싶었다. 고통의 목적을 발견해 내니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작금까지의 고통은 목적이 없고 방향이 없는 그저 존재할 뿐인 고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통의 목적이 생겼다. 꿈을 이루겠다는 목적이 말이다.


어린 시절의 동심과 무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했다.나이를 먹어 더 현명해진 나는 내 능력과 한계를 재단하기 시작했다.저건 너무 어려워. 저건 너무 힘들어.그렇게 내 하늘의 별들을 잘라내고 나니. 빛에 가려졌던 더 넓은 하늘을 보게 되었지만 드넓은 하늘에 내 별 한조각마저 찾을 수 없었다. 눈을 떠도 어둡고 눈을 감아도 어두운 광오한 밤하늘만이 남았다.


꿈을 잃고 어른이 되었던 나는, 이제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언젠가 철없던 어린 시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빛나던 밤하늘을 그리며. 다시 한번 별빛을 새기기로 하였다. 밤하늘의 어둠 속에 빛나는 꿈을 새기기로 하였다.


인생이란 뒤로 걷는 꽃길과 같다지. 지나고 보면 아름답다 느끼는. 뒤로 걷는 나의 앞길에 나는 어깨 너머로 가시가 돋친 장미를 던지리라. 내가 선택한 고난이 나를 찢어발김에 나는 후회하지도 멈춰 서지도 않으리라. 기쁜 마음으로 꿈을 위한 고통을 감내하고 그 고통 속 가치를 찾아 나가리라.구도의 끝에서 설령 그 고통이 무의미했을지라도, 정상에 서서 올려다본 나의 경치에 나를 위한 장미꽃 한송이나마 찾을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삶이었다 반추하리라.고통 속의 가치를 찾아낼 나를 그리며 한 장의 편지를 보낸다.


4월의 내가 다시 4월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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