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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유일한 정답은 내 노력에 있다고 생각해.



안녕 베키?


영원히 어릴 줄만 알았는데 벌써 23살이 되었구나. 코로나로 학교도 못 다녀보고 휴학하고 이제야 제대로 다녀보게 되었네. 23살인데 아직 학교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웃기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내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게 될지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해.


중학생 때 기억나니? 학교에서 진로의 날 행사를 했을 땐데 그때 담임선생님이 자기 장래희망을 적어서 오라고 했었잖아. 근데 나는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몰라서 혼자 컴퓨터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시키지도 않은 사이트에 가입해서 이것저것 테스트도 해보고 여러 직업도 찾아봤었잖아. 그런데도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몰랐었고 장래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짜증도 나서 그냥 무작정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까지. 진짜 사소한 일인데도 난 이게 내 기억 속에서 잊히지가 않아. 그리고 나는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었고 뭐.. 사상누각 같은 꿈이었지만.


그렇게 고3 때까지 다른 건 쳐다보지도 않고 한길만 걸어왔잖아. 그런데 문득 입시 준비를 하면서 근본적으로 내가 왜 이 직업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못 하겠는 거야. 그래도 난 이 길만 걸어왔으니까 이 길이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걸어갔어. 내가 정말로 공무원이 되고 싶은 걸까?라는 의심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채로.


이렇게 20살, 21살 땐 너무나도 우울했었어. 대학교에 대한 로망을 단 한 번도 가지지 않았던 내가 시험 보러 몇 번 가본 게 전부였는데 그때 본 학우들은 다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앞을 향해서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나는 제자리인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더 이상 부정하고 싶지 않았고 부정하기 무서워서 부모님과 얘기한 대로 휴학하고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었잖아. 그때 정말 슬펐었던 거 기억나? 확신에 찼던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이 다 허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우울하기 짝이 없더라. 하긴 2년 정도 묵혀뒀으니 의심이 깊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겠지?


그래도 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었잖아. 기상 인증 스터디도 만들고 하루에 10시간씩 공부도 하고.. 그런데 어느 날 집중이 안 돼서 그냥 클래식 들으면서 공부하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났었잖아. 계속 그 의심이 생각나서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어서 그냥 툭하면 눈물이 났었잖아. 결국 내가 이 꿈을 이뤄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정말로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적은 있나? 사실은 나 편하자고 선택한 거 아닌가? 내 한계를 스스로 단정 지어버린 건 아닐까?


그제야 나는 내 오래된 꿈을 놓아줄 수가 있었어. 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하겠지만 이제는 그 길을 걸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그렇다고 다른 꿈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어.


근데 확실한 목표가 없다 보니 남은 22살을 그렇게 열심히 살진 않았잖아 또다시 우울해지기도 하고. 작은 서포터즈도 해보고 자격증도 여러 번 떨어지고 하루 종일 자기도 하고.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언젠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면 시험공부를 했을 때처럼 열심히 할 거라고 믿어. 이번 휴학을 하면서 얻은 건 목표를 향한 나의 추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지금은 어느 정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어딘지도 알게 되고 복수전공도 붙고 봉사단도 합격했잖아. 조금씩이지만 나도 20살, 21살 때 학교에서 봤던 동기들처럼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야. 누군가도 나를 볼 때 이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그럴거고.


개강하고 나면 여러 경험들을 겪고 도전도 해보겠지? 결과는 어떻든 상관없어. 대신 20살, 21살에 느꼈던 감정들, 22살 내 꿈을 놓아주면서 흘린 눈물은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 비록 나약하고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던 시절이었지만 절대 잊지 말아 줘. 갑각류는 탈피하고 나왔을 때가 가장 나약하대. 그리고 더 단단한 골격을 갖게 되지. 지금까지 나는 나약했을지 몰라도 갑각류처럼 이제는 성장할 일만 남았다는 거잖아? 그 길이 확실하지 않아도 좋아. 인생에 유일한 정답은 내 노력에 있다고 생각해. 내 추진력이라면 노력해서 하면 못할 거 없잖아? 한번 무너져 봤으니까 못할 거 뭐가 있겠니? 흩어져서 사라진 발자국들 다시 새기면 되는 거야. 이번엔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러니까 미래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를 살고 현재에 집중하며 남은 2년 학교에서 후회 없이 살다 졸업하자.


그럼 기회가 되면 또 편지 쓸게. 그때까지 후회 없이 살기로 약속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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