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나는 온전히 네 편이야
- dearmyfreshmanself
- 9월 17일
- 2분 분량

1년 후의 나에게.
안녕, 이제 네가 머무는 그곳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까? 내 계획대로라면 넌 지금 타국에서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있을테니까. 해외에 갔던 경험이 많았어도 이번만큼 장기 체류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니까 좀 걱정되네. 너도 걱정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또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고 있느라 힘들겠지? 워낙 적응을 잘하고 독립적인 성격이라 하더라도 낯선 언어를 사용하면 힘들 거야.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먼저 위로해 주고 싶네. 이 편지를 보고 있는 너는 네 곁에 소중했던 것들을 어느 정 도 내려놓은 상태일 거라고 생각해. 무언가를 얻으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잖 아? 이번에 포기하는 건 익숙한 환경에서 편안함과 익숙한 사람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이겠지.
솔직히 나는 지금 이것들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 그걸 잃는 만큼 나도 힘들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해내야지 어쩌겠냐. 우리의 목표는 타국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정직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세 상을 일구어 나가는 거잖아. 이번에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치고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오겠지만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낯선 땅에 정착해야 할 즈음이면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거야. 그때가 된다면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텐데 생각만 해도 무섭지 않아? 일단 나는 제법 무섭거든. 내가 그 선택을 함으로써 잃 게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더더욱 무서워.
있잖아,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거 같아.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그 누구도 방향성을 정해주지 않으니까.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마냥 답답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랬던 시절이 그리워지고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난 지금이 더 좋기는 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그 누구도 나에게 제한을 두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 선택으로 인하 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게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워. 아직은 부모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래서 더 겁나나 봐. 그래도 우리 지금까지 잘 성장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책임감 가득한 어른이 되겠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잖아? 가족에게 그 리고 주변 사람에게 상처받고, 그래서 삐뚤어지고, 무언가에 미쳐 있거나 무언가에 중독되었고, 가족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도 주었으며, 내가 처한 상황을 회피하고, 그래서 실패하고, 또다시 일어서고, 그대로 정진하며 여기까지 왔어. 난 우리가 이 역경 속에서 잘 자라났다고 생각해. 그리고 아직 우리는 더 자라날 거라고 믿어. 일단 나는 대학교 들어와서 내가 많이 바뀌었다 느끼고 있어. 애초에 성격은 확실히 바뀌긴 했지. 감성적이고 무계획이었던 사람이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으로 바뀌는 건 정말 순식간이더라. 그 후로도 여러 부분에서도 바뀌고 발전했어.
길게 보지 않고 당장 이 편지를 쓰는 2025년 기준으로만 해도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거든.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매일 영어 단어 를 외우고, 매일 공부를 하고, 매일 일기와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어. 그리고 그것에 대한 모든 계획이 담 긴 플래너도 쓰고 있지. 그거 기억나? 재수할 때 대학교 들어가면 미라클 모닝 해서 매일 운동하고 공부 하고 자기 계발 하겠다고 했었잖아. 그래 놓고서 1학년 때 일주일 깔짝깔짝하다가 다 때려치웠지. 그래도 지금은 어찌저찌 꾸준히 한 달 넘게 지속하고 있어. 역시 2주 이상 계속 해서 습관을 들이면 지속력이 강해지는 거 같아. 지금 너도 이어서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네. (그러길 바란다.) 아무튼 나 이제 시험공부 더 하고 자러 갈 시간이라 마무리할게.
결론은! 우리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결국에 우리는 우리가 바라던 ‘대체 불가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서 좀 더 버텨보자. 나도 지금 최선을 다할 테니까 너도 최선을 다 해줘.
사랑해, 나는 온전히 네 편이야.
1년 전의 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