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라는 여정을 마치고 20대를 맞이한 나에게
안녕, 나는 미래의 너. 4학년인 나야.
신입생인 나에게 온 편지라.. 무척 놀라겠지? 아니면 스팸이라며 무시하려나?
사실 제일 놀라운 건 내가 벌써 4학년이라는 사실이야. 코로나 때문에 매일 비대면으로 수업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일들이 1학년 때라니. 그때의 나는 무언가 답답함에 막혀있었지. 다들 수능만 보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해서 그것만 보고 20살까지 하고 싶은 것들을 참았는데 어떻게 마침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터져버렸으니. 그래서 무엇이든 간에 해보려고 찾아보았던 기억이 나.
이것저것 한 게 많지만 제일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이라면 동아리에 들어갔다는 점이야. 나 스스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어떤 해볼지 고민해 보고,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신청한다는 문자를 넣으면서 기대했던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어. 내 전공을 배우면서 학과에서도 친해진 친구들도 있지만, 동아리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아. 거기에 기타 동아리여서 악기도 배우고 방학마다 매일 나와서 가을에는 정기 연주회도 참가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나서는 거 정말 싫어했는데 결국은 해냈어. 다시 보니까 나 꽤 대단했네.
또 무슨 일을 했더라. 이것저것 정말 많이 했어. 1학년 신입생인 너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에브리타임에서 크고 작게 올라오는 프로그램이나 학과에서 진행하는 작은 행사 등등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참여하고자 했어. 코로나로 1학년이 흐지부지하게 넘어가서 그런 걸까, 간혹 일을 벌이고 수습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살짝은 조급했던 것 같기도 해.
그러니 신입생인 나에게 무언가 도전하는 일에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정확히는 실패할까 봐 전전긍긍하지 말았으면 해. 물론 진짜 실패도 하겠지만 그것이 단순히 온전한 실패만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전해주고 싶어. 실패했기에 얻었던 용기와 함께 느리게라도 성장하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어. 어느 날은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대거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해도 괜찮았어. 의외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수도 있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완성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몰라서 겁먹었고, 모르는 분야에서 돌아다녔더니,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온전히 내 길이 되었어. 신기하지 않아? 그러니 이제 마음껏 헤매보자. 모르는 건 누구에게든 질문해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럼,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부터 시작이야.
-미래에서 온 용기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