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
- 언젠가의 당신에게.
수능 끝나고 온 허무감은 어떻게 잘 해결하고 있습니까? 너무 혼자 견디고 계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은 너무나도 고등학교 때의 삶을 멀리하고 새 페르소나를 극단적으로 지향하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사실 그러리라는걸 알고는 있습니다. 낭만이 없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시겠지만, 나름의 기대는 하고 계실터이고, 지금쯤이면 학교도 한번쯤은 가보셨을 테니 낯선 두근대는 감정 또한 느껴보셨겠지요. 지금 즐겁게 게임을 하고 계실지, 스스로의 바닥을 긁으며 침잠해계실지는 모르겠으나, 몇가지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게 옳다고 굳게 믿고 계실지도 모르니 일부러 조금 세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 결코 소극적이게 되지 마십쇼. 당신도 엄연한 고려대학교 학생이며, 멀쩡히 성적 잘 받아온 학생이지 않습니까. 당신도 위축될 이유가 없다는 것도, 굳이 말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조차도 알고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어서 가서 말을 걸어보십시오. 최소한 말을 걸어주는 동기에게 한 번쯤은 먼저 말도 걸어보고, 먼저 놀자고도 불러보고 하란 말입니다. 동기분들이 당신에게 말을 안 거는 이유는 그분들도 낯을 가리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용기를 내보십시오. 말 걸고 안 맞으면 그냥 안 맞는 사람이겠지요. 말건 모든 동기와, 혹은 말 걸어준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부담가지고 살다가 결국 스스로 벽 쌓으시게 됩니다. 평소처럼 사셔도 좋습니다. 가끔은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부디 새로운 시도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여행도 갔다 오십시오. 멀리 일 필요도 없습니다. 혼자서 제주도 같은 곳이라도 한 번쯤은 갔다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가도 뭐 어차피 호텔방에나 누워있지 않겠나 혹은 3, 4시간 가량 바다만 쳐다보고 있지 않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흥미로운 경험일 겁니다. 긴 시간 동안 해가 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많아지고 적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껏 넋 놓으십시오.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모래로 괜히 이상한 모양의 탑이나 쌓고 하시란 말입니다. 여행 가서 보람차고 알차게 꽉꽉 채워서 노는 일은 다른 친구들하고 부산여행 갈 때 하시게 됩니다. 그러니 혼자서 혹은 맘에 맞는 친구 한두 명정도 데리고 어디로든 떠나보십시오.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을 털어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소한 게임을 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아이들과 통화만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잖아요? 당신 2학년 되면 이런저런 일 한다고 쉴 여유 안 생깁니다. 그때 되면 여유도 계산해서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고요. 그러니 지금 시간이 상대적으로 여유있을 때 부디 떠나보십시오.
제 글의 요지는 뭐라도 하라는 말입니다. 굳이 놀지 않고 생산적인 어떠한 것을 하겠노라 하시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보니, 그다지 행복하지 안덥니다. 경력은 쌓이는 게 맞습니다. 당연하게도 통장에 돈 또한 함께 쌓이죠. 하지만 돈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은 당신이 신입생일 때가 가장 적합할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꾸미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으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모두가 자기 자신을 꾸미려 할 때 군중심리로라도 관심을 두셔야 하는 겁니다. 당신은 술자리 같은 곳에서 높은 긴장으로 노는 법도 모르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런저런 술자리에서 불러줄 때 나가보셔야 하는 겁니다. 경제적인 걱정을 하실 필요는 있습니다만, 너무 과도한 걱정을 하며 돈을 가둬두는 것은, 오히려 돈을 버는 이유를 잊게 합니다. 기계적으로 돈 벌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통장에 숫자만 더해가면, 당신이 그 숫자를 보며 할 수 있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꿈꾸며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 계산과, 숫자 더하기뿐입니다. 부디 삶을 즐기는 법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사실상 당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상황이 아니긴 할 텐데 말이죠. 당신의 말이나 들어줘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당신이 하시는 말씀을 들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라도 한 번쯤은, 최소한 한 번쯤은 속에 응어리진 것은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글쓰는 것으로, 그리고 새벽에 걸어다니는 것으로 어느정도의 스트레스를 잊으실지도,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내실지도 모르겠네요. 나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할 여건이 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조차도 너무 진부하고 똑같은 문장이 적힌다고 생각하여 모든걸 멈추는 날이 옵니다. 그럴 때는 잠을 자면서 잊어내려고 하지 말고 누구에게라도 말해주십쇼. 지금 당신 머리 속에 스쳐지나가는 그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고통을 잊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아픈 걸 잊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다가 당신도 모르게 갑자기 무너집니다. 그것이 번 아웃이던, 자발적 고립이던 말입니다.
너무 많은 요구만을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따를지 말지는 물론 당신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으나, 수많은 후회에서 기인한 말들이니, 부디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언젠가의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