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
안녕? 희경아.
벌써 입학한지 10년, 졸업한지 2년이 되어가네. 참 학교에 오래 남아 있었다!! 난 말아, 정말 편안하고 포근했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동지들과 함께 있을 때. 지금은 사회에 나가보니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어보니까 그때가 정말 그리워. 처음 입학했을 때 난 삼수를 해서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다들 나에게 서슴없이 잘 대해주어 난 행복했어. 물론 내 나이를 듣고 놀라거나 어색해진 경우도 있었지만 말야. n수생끼리 만든 소모임에 들어가서 mt도 가고, 축제도 가고, 지금까지 연락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단다. 소모임 안했으면 정말 따분한 학교생활을 했을지도 몰라. 나는 mbti의 I 라서 충분히 그랬을 거 같아.
학교 수업 시간에 거의 항상 앞자리에서 앉아서 수업 열심히 듣던 희경이가 생각이 나. 너 그거 알아? 전날 술 먹고 수업에 온 친구들 필기도 보여줬는데 그 친구들이 나보다 학점 더 잘 받아서 이건 뭐지 생각 했던 거!! 너무 웃기다 지금 생각하니. 결국은 벼락치기가 답이었나 싶고 그래. 너 저녁마다 녹지 운동장도 엄청 돌았어. 누굴 보기 위해 갔던 건지 몰라도 거기서 몇 번 누가 연락처를 물어본 적도 있지. tmi인가 이건? 여튼.
거의 고학년 때 남들이 간다는 교환학생 가보겠다고 토플도 치고 결국 갔다 왔지. 나도 참 미리 준비할 걸 더 오래 있다가 오게.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고 횡재했다 너. 가끔 영통하는데 조만간 직접 봐야지 아마? 그렇게 부전공까지 마치고 취업 준비한다고 계속 도서관에서 생활했어!! 왜 이렇게 오래 있었냐구. 방향성을 못 잡아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서 오래 끌었던 거 같다. 아직도 난 어딜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이게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어. 다른 사람들은 sns보면 다 잘 지내고 있는 거 같단 말야. 뭔가 더 나은 삶, 더 나은 연봉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일단 난 아쉬운 마음을 제쳐두고 지금 생활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더 건강하게, 더 씩씩하게 살기 위해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겠어. 희경아 희경아. 나 잘 할 수 있겠지.
요즘은 나도 늙어가고 있는 게 느껴져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 아쉬운 관계, 아쉬운 선택, 시간, 자기관리 모든 게!!! 지금부터라도 관리 잘 하려고. 벌써 누군 결혼한대. 난 아직 준비해 놓은 게 없는데 어떻게 다들 일사천리로 잘 하는 거지? 나도 때가 되면 가겠지 뭐.
나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거의 8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데 너도 기억하겠지? 아니 왜, 교환학생 가서 네가 엽서도 보냈잖아 그 사람! 더 늦지 않게 고백해야 하는데 영영 지금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워. 나에게 힘을 줘 사랑한다고 꼭 말할래. 그 사람도 여전히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오늘 하루도 똑같은 루틴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이 시간 속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야지. 오늘따라 생각나는 사람이 많네. 앞으로의 일도 행복한 일만 남았으면 좋겠어. 늘 건강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멋진 사람이 되자.
따스한 햇살 아래 눈을 감고 따뜻함을 온전히 느끼고 상쾌한 공기를 맡는 시간을 가져. 마치 냐옹이가 햇살 비추는 곳에서 식빵처럼 누워 어떠한 방해도 안 받고 자기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야.
오늘도 행복해 희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