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리는 우리대로 행복하면 돼.


(사진 출처: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


TO. 스물하나의 해인


안녕, 난 22살의 너야. 지금쯤 너는 갓 고려대에 입학하여 동기들과 조금씩 조금씩 친분을 쌓고 있겠네. 앗 조금 팁을 주자면 지금 너가 친해지고있는 사람들 중 몇명은 널 좋아하게 될거야. 그중 한명이 너만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대해줄거고 결국 넌 그 사람과 사랑을 키워나가게 될거야. 걱정마 지금의 너도 그 사람과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어.


이 편지가 정말 너에게 닿는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어. 너의 마음에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해. 아까 말했던 그 사람은 너 옆에서 한달을 넘게 묵묵히 기다려줄거야. 그리고 너는 과CC는 위험하다는 말들과 너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너의 마음을 조금은 외면하고 있을거야. 지금 내가 생각해보면 너는 그때부터도 그 사람을 마음 속에 담고 있었더라. 그사람 너 옆에서 괜찮다고 묵묵히 기다려도 상처받고 있을거야. 지금 나한테 그사람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나에게 큰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그사람 상처주지 말고 너 마음에 빨리 솔직해져. 여기까진 너의 연애 관련 조언이야ㅎ.


그리고 너 대학 합격해서 신나게 노는 건 좋은데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자유정의진리 수업 괜히 1교시에 잡아서 너 자느라 무단결석 많이해.. 알람 좀 잘 맞추고.. 너 때문에 나 지금 또 자유정의진리 1학년 애기들하고 듣는다. 내가 이런 말 했다고 또 갑자기 마음먹어서 공부만 하지는 마.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너 1학년때 추억 엄청 많아. 동기들하고 만우절날에 교복입고 중앙광장에서 짜장면 먹은 기억도 있고, 연세대가서 합동응원도 재밌었어. 솔직히 지금 내가 다시 너로 돌아간다면 더 다양하게 놀 것 같긴 해. 지나간 21살은 돌아오지 않더라.


내가 지금도 즐겨듣는 노래 중에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라는 노래가 있어. 가사 중에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라는 가사가 있어. 너는 아마 스물한살이 스물두살과 다르지 않을거고 그냥 너의 지나가는 시간의 일부라고 생각할거야. 그런데 지금 내가 생각해보면 스물하나의 나는 지금과 너무 다르더라. 너는 나보다 더 천진난만할거고 고민도 적을거고 그때의 감정에 더 충실한 사람일거야. 이 모든 표현들을 종합해보면 '순수'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 1년 차이지만 그게 되게 큰 것 같아. 다른 부분의 가사 중에는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라는 가사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나의 21살이 꽤 길줄 알았거든. 그런데 정말 금방 지나가더라. 추억도 많고 너무나도 예뻤던 시간들이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어.


그러니까 스물하나의 해인아 지금 너의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즐겨. 얼마나 충분하면, 봄내음이 진동할 때가 되면 나의 대학교 1학년 시절의 봄이 떠오를 만큼 느껴줘. 난 사실 지금의 나보다 더 날 것인 너가 훨씬 좋고 사랑스럽단다. 스물셋, 스물다섯, 스물아홉의 나에게는 스물둘도 어리게 느껴지겠지만 지금 스물 두 살의 나에게는 스물하나가 너무 어리고 예쁘게 느껴져.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사회에 한 발자국씩 더 다가가야 할테고, 그러다보면, 본연의 나는 점점 흐려지고 사회 속의 내가 더 뚜렷해지게 될거야. 지금의 나도 스물두 살밖에 안됬지만 스물한 살 때보다 사회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걸 느껴. 그래서 행동 하나에도 잠깐의 시간 속에서도, 이게 괜찮나? 라는 생각을 하며 망설이게 되더라고. 내가 기억하는 너는 망설임없이, 하고싶은 건 해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보니 너가 너무 부럽다. 나도 평생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 한살 이었으면 좋겠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것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사실 내 능력은 별로 달라진 게 없거든. 나는 재수를 했잖아. 그래서 남들은 20살 때 누릴 수 있는 것을, 나는 21살 때 누린거잖아. 그래서 그런지 나한테 스물 하나는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네. 재수라는 걸 해서 이미 남들보다 늦었다는 사회적 시선들이 지금 나의 스물 두살을 조금 어둡게 만들고 있어. 정작 나 자신은 별로 개의치 않는데 말이지. 자주는 아니여도 가끔씩 너가 재수했다는 것이 널 조금 주눅들게 만들거야. 하지만 남들의 시선, 사회 전반적인 통념을 너무 신경쓰지마. 너도 나도, 인생의 목표는 하나잖아. "행복하게 살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야. 우리는 우리대로 행복하면 돼.


그때의 넌 이 편지를 받고나서 조금 의아해 하겠지만 너의 스물 한살이 훌쩍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말들이 무슨 말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거야. 긴 편지지만 정말 너한테 하고싶은 말들이야. 너무 걱정하지말고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아


2022.03.11

From. 스물 둘의 너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