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
안녕 새내기 예원아!
난 이번에 4학년까지 수료한 미래의 너야. 어제 친한 친구들 졸업 사진을 찍으러 오랜만에 학교에 갔었다? 마침 졸업식을 한 날이기도 해서 학교에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그곳에 갔다 오니까 문득 잊고 지낸 너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너한테 편지를 써볼까 해.
아, 나 이제 최애 음료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신기하지? 너는 아직 초코칩 프라푸치노만 마실 줄 알 텐데 말이야. 나도 새삼 내가 변한 게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변한 게 아니라 진짜 나를 찾은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비단 입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
사실 너는 온종일 책을 들여다보는 10대를 보냈지, 정작 너 자신을 들여다본 시간은 거의 없었잖아. 그래서 너의 내신, 수능 성적은 알아도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마 잘 모를 거야. 고대생이라고 주변 어른들은 너를 대단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너는 그게 뿌듯하면서도, 그럼에도 내가 누군지를 잘 모르겠으니 때론 이유 모를 불안감에 힘들겠지. 정말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그 불안으로 너무 힘들어하진 않아도 괜찮아 :) 이젠 비교적 여유가 있는 대학생이니까 그동안 못했던 여러 경험과 생각을 하면서 점차 너라는 사람을 찾아갔으면 좋겠어. 근데 네가 혹여나 오해할까 덧붙이는 건데,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새내기부터 빨리 진로를 찾고 그걸 향해 정진하라!’ 뭐 이런 성취 지향적인 말이 아니다?! 진로 탐색도 물론 중요하지. 근데 그 전에 너에 대한 정말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너의 취향? 이런 것부터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실은 내가 이거의 중요성을 실감한 순간이 있거든.
“와, 야! 하늘 봐봐 오늘 구름이 너무 예쁘잖아~~” 새내기 필수 교양인 Academic English를 듣고 국제관에서 나오는 길에 동기가 했던 말이야. (지금도 엄청 친하게 지내는 친구인데, 누군지는 비밀로 할게ㅎㅎ) 하늘을 보고 잔뜩 들뜬 듯한 친구의 말에 나도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랬더니 맑은 하늘에 기분 좋게 몽실몽실한 모양을 한 구름이 있는 거야. 그 순간 딱 깨달았는데 내가 그동안 하늘은 쳐다본 적이 없더라고. 애초에 늘 학교나 학원, 도서관에 있었으니 야외에서 여유를 즐긴 기억이 없더라. 동복을 입다가 어느 날 엄마가 하복을 꺼내주면 ‘아 이제 여름인가보다’ 하고 말았을 뿐이지, 내가 사계절은 피부로 느껴본 기억도 없었어. 그렇다 보니까 내가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 아니 나름 사계절을 19년 겪어온 한국인인데 계절에 대한 선호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
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환경이나 사람 등 나에게 주어진 모든 자극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 그럼 이쯤에서 너를 찾는 꿀팁 하나 알려줄게! 네가 좋아하는 것(나름 해본 것)과 싫어하는 것(별로 해보지 않은 것)의 비율을 7:3 정도로 해보면 좋을 거 같아. 다른 사례를 들면 너무 큰 인생 스포가 될까 봐 자꾸 아메리카노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카페를 10번 가면 7번은 네가 좋아하는 달다구리 음료 마시고 3번 정도는 아메리카노에 도전해 보라는 뜻이야. 새로운 경험이나 활동을 할 때도 7:3이란 비율을 잊지 말고 도전해봐! 돌이켜보면 나는 대학 시절에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 위주로 해온 것 같아. 물론 그것들을 한 거에 대한 후회는 없어. 그렇지만 싫어하거나 해보지 않은 것도 조금은 더 해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살짝 있어. 내가 그걸 안 해봐서 안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안 좋아하는 건지는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 어쩌면 원래는 싫어했는데 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곧 1학년 2학기 정도 되면 제2 전공으로 뭘 선택할지 슬슬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길 거야. 아마 그게 진로 탐색의 첫걸음이 될 테고. 너도 친구들이랑 같이 이중/융합/심화 전공 중에 무얼 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되, 그거 말고 네가 추가로 전공했으면 하는 학문이 하나 있어. 바로 너 자신에 대학 학문이야. 대학 졸업 때까지 본 전공 심리학과 더불어서 ‘예원학’을 복수 전공한다고 생각해줘. 대신 ‘예원학’에서는 교수도 너고 학생도 너야. 네가 교수로서 수업도 하고, 과제도 내고, 시험도 내고! 그것들은 소화하는 것도 학생으로서의 네가 되는 거지. 어때?
청춘을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는 어른들의 말이 있대. 청춘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데 정작 진짜 청춘들은 이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에게 청춘을 주기 아깝다는 의미래. 오늘 내가 여러 이야기를 전해줬으니 너는 마치 청춘 2회차인 사람처럼 알찬 대학 생활 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5년 뒤에서 항상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응원할게. 그리고 너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5년 뒤 너의 인생도 계속해서 잘 펼쳐나가고 있을게.
그러다가 오늘 내가 전한 이야기를 네가 실감하게 됐을 때쯤 다시 너를 찾아올게. 아마 5년 뒤가 되겠지?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사회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또 한 번 이야기해줄게. 우리 그때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히 지내자.
파이팅 정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