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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tep further!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새내기의 민희에게


새내기 민희야 안녕, 나는 이제 4학년이 되는 민희야. 잘 지내고 있니?


아마 너는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굳이 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렇다고 하겠지? 난 알아.


나도 잘 지내.


3년이 꽤 짧아 보이고, 너는 아직 겪지 않아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들이 모여 너는 꽤 멋진 사람이 되었어!

나름 깊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믿고,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고 꿈꾸면서 계속 미래를 바라보는 야망 있는 사람이야.


목표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건 과녁판 없이 활을 쏘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게 많이 와닿았어. 한동안은 의미 없이 나아가는 게 싫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찾았던 거 같아. 그리고 이제야 찾았어. 축하해줘!

사실 아직도 온전히 확신하는 건 아니야. 혹시 이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들.

근데 더 이상 그러지 않으려고 해. 어쨌든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리고 걱정과 고민은 이미 충분히 많이 한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놓친, 놓칠 것을 돌아보지 않고 내가 앞으로 얻을 것에만 집중하려고.


아 그리고 나 좌우명도 생겼다! ‘One step further’이야! 아직 마음에 쏙 드는 한국어 표현을 못 찾아서 그냥 이대로 마음에 품고 있어.

말 그대로,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 거기 안주하지 말고 한 번 더 나아가자는 거야. 되돌아보면 나에게 지금까지 찾아온 기회들은 모두 그렇게 마지막에 딱 한 번 더 한 게 결정적이었던 적이 많았더라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물론 걱정이 많고 소극적인 너는 그 한 번도 굉장히 부끄럽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나는 그걸 이겨내고 행동을 취한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겨 이전엔 상상만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어.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연설에서 이야기한 ‘점을 잇는 것’의 의미를 실감하는 요즘이야.


그러고 보면 어릴 때부터 너는 욕심이 많았지. 그리고 늘 자신만만했어. 상황이 안 좋아도 언제나 기죽지 않고 네가 원하는 걸 바라보았어.

그렇지만 그에 비해 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도 알 거야. 그래서 때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게도 난 여전해. 게으르고 충동적이고 일을 잘 미뤄. 습관 잘 안 고쳐지네.

그래도 계속 노력 중이야. 여전히 욕심 많은 내가 원하는 모습의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이야.


네가 잘 해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알아.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끝까지 그걸 추구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어. 이 정도면 됐다는 말에 안주하지 말고 끝까지 욕심 부리면 좋겠어.

그걸 위해서 네가 무얼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길 바라. 그리고 그걸 찾으면 끝까지 파고들고 쫓길 바라.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해서 너도 그걸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까. 너는 너의 길을 가길 바라.


필요할 때는 너를 한계의 끝까지 몰아세워 보면 좋겠어. 솔직히 넌 수능을 준비할 때 그 정도로 몰입하진 않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시기가 나에게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게 사실 지금까지도 조금은 후회돼.

그러니 네가 적기라고 느낄 때는 후회 없도록 너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최선을 다하길 바라.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너를 잃지 않는 거야. 너를 무시하는 시선을 너도 무시하길 바라. 이건 네가 스스로 비난하는 것도 포함이야.

너를 기죽이는 말과 시선에서 너를 끝까지 보호해줘.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거든.


때로는 외로울 수 있어. 아마 외로울 거야. 그럴 때 네가 사랑하는 걸 사랑하길 바라.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사랑 때문인 거 같아.

만약 살아있지 않다면 삶의 희로애락 중에서 ‘희’와 ‘락’을 위한 ‘로’와 ‘애’ 자체가 모두 필요 없을 텐데, 왜 우리가 굳이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

그리고 여기에 대한 답은 사랑뿐인 거 같아. 사랑을 위해서.

이렇게 가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사랑을 제시하면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더라. 신기하지.

그러니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네가 무얼 사랑하는지 알아두길 바라. 그리고 사랑하길 바라. 그게 너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일 테니까.


그래도 버거울 땐 상담을 받는 걸 추천해. 학교 학생 생활 상담연구소도 좋고, 다른 사설 기관도 좋아.

물론 그게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지만,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 자체로 신기하게도 많이 위로받았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직접 경험하기 전에 너에게 많이 와닿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 너는 무언가를 직접 느끼고 깨달으면서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니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네가 덜 힘들고 더 기쁘면 좋겠다. 행복하면 좋겠어.


잘 지내냐는 말에 아무런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길!

나도 너처럼 멋지게 성장해나갈게.

그럼 안녕!


2023년 2월 28일 화요일

4학년을 앞둔 민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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