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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르더라도 우리 조금씩 봄을 향해 가자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네가 믿는 봄과 내가 올 때


안녕. 내가 누군지 아니?

당연히 모르겠지, 일단 키다리 아저씨라고 할게.

꽤나 까마득한 때에 읽었지만 넌 아직까지 그 이야기 좋아하잖아.

그리고 지금 너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니?

그 바람이 계속 남아있었나, 내가 홀리듯이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것 같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벌써 봄이 되었겠지.

새학기 그리고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마 너무나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그런 떨리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만큼 드는 생각과 고민도 많겠지.

입고 가는 옷이 너무 튀지는 않는지, 말을 잘못하지는 않았는지, 실수한 건 없는지,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럼 이 사람은?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친해지고 잘 지내는데 나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고 초조해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나도 잘 알아. 왜냐하면 나도 똑같은 느낌과 똑같은 기분을 가지고 봄을 맞았거든.

조금은 추운 봄이였지

그런데 지나고 보니 모두가 그렇더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걸, 모두가 처음일 텐데.

물론 어느 누구는 조금 더 빨리 적응하고 누군가는 조금 느릴 수 있지만, 모두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 거지 나아가지 않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조급해 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자.

원래 사람을 사귄다는 건 정성과 시간이 당연하게 필요한 걸. 너만 늦는다고 생각하지 말아.

한 가지 주고 싶은 조언은 친구를 만들어야겠다! 라는 마음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근차근 인연을 쌓아간다 생각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일부러 애쓰다 보면 더 부자연스럽고 힘들어지거든. 생각보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그러다 보면 어느 인연은 진해지게 되겠지.

시간은 얼마든지 있고, 너무 겁내지 않는다면 어느 즈음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네가 있을 거야.

사실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야.

나만 꿈이 없나? 앞으로 무얼 해야 하지? 대학생은 전부 알아서 해야 한다는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겠지만 너는 새내기잖아, 네가 꼭 기억해야 할 건 지금 당장은 하고 싶은 거, 해보고 싶은 거, 노래든, 춤이든, 운동이든. 주저하지 말고 해야 한다는 것.

무언가를 한다고 그런 걸 왜 하냐면서 비난할 사람도 없고, 못해도 잘해도 상관없어.

대학이란 곳은 그 어느 곳보다 열려있는 곳이니까.

길고 힘들었던 입시동안 공부하느라 모든 것을 꾹꾹 참아왔잖아. 또 정말 많이 울기도 했지.

나는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버킷리스트를 꼭꼭 눌러 썼어.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런 많은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 이곳 이날이 나에게 온 게 너무나도 감사해.

지금도 지난날의 아쉬움과 같은 이 버킷리스트를 지워가기 위해 노력 중이야. 너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길 바라. 지날수록 시간은 부족해지고 후회는 짙어지거든.

물론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괜찮아. 찬찬히 살펴보면 되지.

언제나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마음이야. 대외활동, 동아리, 학생회 그 외 모든 일들 전부.

어려워 보여도 막상 하게 되면 다 즐겁고 생각했던 것만큼 겁낼 필요도 없었더라고.

지금의 나도 바쁘지만 알차게 모든 걸 해나가는 중인걸. 그리고 그 속에서 좋은 인연들과 추억도 많이 가지게 되었어.

지금은 봄이지만 아직 추워 그치?

나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겨울옷을 넣지 못하고 있거든.

봄이 왔다고 해서 갑자기 따뜻해지지 않아. 서서히 날이 풀려가고 따스해지고 꽃이 피고...

그러다 완연한 봄이 오는 거지. 우리의 새학기도 마찬가지야.

처음부터 따뜻하지만은 않겠지만 언젠가는 너와 내가 바라는 봄이 올 거라는 걸 믿어. 그리고 꼭 올 거야.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사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완전한 그런 사람은 없다는 걸. 그렇지만 불완전한 사람 또한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저 ‘사람’이 있을 뿐이지.

그러니 너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아, 서투르더라도 우리 조금씩 봄을 향해 가자.

요즘 왜, 멀티버스,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 이런 이야기 많이 나오잖아

어쩌면

아주 어쩌면

정말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말을 꼭 믿어줘

그리고 가슴 깊이 간직해줬으면 좋겠어.

너를 가장 잘 아는,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쓰는 편지야

‘나’는 ‘너’를 믿어

‘너’도 ‘나’를 믿어

20xx년 돌고돌아 다시온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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