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고마워 20살의 지원아! 빠르게 흐르기만 하는 시간을 쫓아다니며 지금의 나를 돌보고 내일의 나를 꿈꾸느라 어제의 나를 다시 생각해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고 내일의 나를 꿈꿀 수 있게 해준 사람은 20살의 지원이 너이기에 고맙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어.
20살의 지원아, 너는 아직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20살의 너는 서강의 구성원이 되었고 서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나게 된 선배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그들처럼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 20살의 어린 시선에서는 그들이 너무 멋지고 큰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그래서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자유롭게 하고,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을 꿈꾸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지.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이 어려운 것 같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꿈꾸던 것들과는 전혀 반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지도 몰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보다 해야만 하는 것들을 우선시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각자의 꿈을 쫓아 바쁘게 살아가느라 점차 줄어들게 되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날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그렇다고 외로움이 커지는 것은 아니야. 단지 그때의 시간들이 그리울 뿐이지.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20살의 너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지금의 나는 20살의 너가 만든 추억의 나침반을 들여다보곤 해. 그때의 기억들이 오늘의 나를 웃음 짓게 하면서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위한 방향이 어느 곳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거든. 20살 입학하고서 아무것도 모른 채 학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던 방송국. 그리고 거기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그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 소중한 일상들. 그때는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당연한 것들이 오늘의 나를 웃음 짓게 만드는 거야. 그래서 나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금의 시간이, 지금의 선택이, 지금의 모든 것들이 어쩌면 5년 후에 나를 또 웃게 하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생각들 덕분에 지금의 나를 더 용기 있게 만들어 주는 거 같아. 그러니까 20살의 지원아, 어른이 되고 싶은 미래에 대한 마음보다는 지금의 너를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그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일 테니까.
지금의 내가 20살의 지원이 너를 돌아봤을 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너의 곁에는 항상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어. 서강의 구성원이 되면서 이어진 그들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내 옆에서 같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되었고 그들과 무려 20대의 절반을 함께 하게 되었지. 그때의 너는 몰랐겠지만 말이야. 서강에 입학하면서 가장 잘한 일은 내 시간들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과 지금도 계속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지. 또 앞으로도 오랜 시간 같이 보내고 싶기도 하고. 20살의 너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을거야. ‘어른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친해질 수 없다고.’ 그때는 그 이야기를 믿었고 언젠가는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며 사람들을 만났던 나였지만 지금은 내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어. 20살의 너가 만난 인연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 보내고 싶다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게 돼. 그러니 20살의 지원아, 너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20살의 지원아! 혹시나 너와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꼭 얘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 20살,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 시간.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딱 한 번의 기회만 있는 시간. 어쩌면 20살의 너는 마치 새하얀 도화지 같을지도 몰라. 그래서 20살의 자신이 맞이하게 될 모든 순간들에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은 새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색칠하기 전의 떨림과 비슷한 것 같아. 새하얀 도화지에 잘 그리고 싶은 생각과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들로 인한 떨리는 마음. 그래서 너는 20살이라는 새하얀 도화지가 더러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 색칠하지 못할지도, 혹은 어떤 색을 칠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늦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마. 너가 그 시절 그린 모든 것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의 나를 만들게 하는 밑그림이 될 테니까. 20살의 너가 행했던 모든 순간의 선택들이 너를 웃게 만들어 행복했고 또 울게 만들어 좌절하고 슬프게 만들었겠지만 결국 지금의 나는 20살의 그 기억들이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됐을 뿐이야. 너가 20살에 선택했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에게 전부 소중한 기억인 것처럼 지금의 나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봤을 때 전부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 지금의 내가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아. 다시 한번 고마워! 지금의 내가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더 큰 행복을 꿈꿀 수 있게 만들어 준 20살의 지원이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