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과거의 영채에게
그러고 보니 이전에 놀러 간 곳에 미래로 보내는 우체통이 있었지.
당연히 관리 안 하고 있는 우체통인 줄 알고 장난삼아 편지를 보냈었는데, 최근에 그걸 받았어.
그 때는 미래로 보내는 편지였는데 지금은 과거로 보내는 편지를 보내네.
그 때의 편지에 대한 답변을 하려고 해.
안녕, 미래의 나!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경영학과는 잘 맞았어? 테니스 동아리랑 연애는 하고 있겠지?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고 있지만 난 알고 있지... 난 경상 계열보다 인문 계열이 잘 맞는다는 것을... ㅠㅠ 사실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해. 쟁쟁한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치만 넌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해도 그걸 이겨낼 끈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난 알아! 정말 배우고 싶었던 공부였던 만큼, 독함을 무기로 다 이겨내라! 할 수 있다! 파이팅 옥영채!
안녕, 과거의 나야.
그러게, 나 경영 엄청 배우고 싶었지. 잊고 살았네. 나름대로 잘 맞는 것 같아. 쉽진 않아도 배우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엔 사실 좀 어려움이 많았지. 대학 공부가 수능이랑은 많이 다르잖아. 나 경영통계랑 대학수학, 정말 못하더라. ㅋㅋ 그런데 그거 알아...? 나 경영학부 상위 1% 상은 받아봤다. 신기하지. 나 전 대학 그만두고 경영학부로 들어오려고 공부할 때, ‘너 거기 가면 다들 공부 잘 하는 사람밖에 없어서 취직도 못한다. 그냥 지금 하던 공부나 계속 해라.’ 그런 소리
듣고 그랬었잖아. 근데 정말 노력하니까 되더라. 나 솔직히 전에는 그냥 어린 마음에 악쓰던 것뿐이었던 거라,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거든. 그 때 무너지지 않아줘서 고마워.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줘서 정말 고맙다. 돌이켜보니까 그 때의 힘으로 여태껏 내가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아.
사실 최근에 많이 지쳤었어. 이런 미래는 예상 못 했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아직도 학교에 가 본 날이 많지 않아. 입학식도, 오티도 취소됐고 수업은 비대면으로 해. 벌써 2년째 이러고 있어서, 이러다가 학교도 못 다녀본 채 졸업하는 건 아닌가 허무한 마음이 들더라고. 그런데 너한테 편지를 쓰면서 지난 날들을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의미 없이 흘러간 날들은 아니었었네. 나 공부는 열심히 했거든. 이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은 날들이, 돌이켜 봤을 때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 라고 생각되기 바라서 공부라도 열심히 했어. 이 땐 이런 걸 배웠지, 열심히 살았지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야.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 이제는 내가 미래에 뭘 하고 싶은지 조금 알 것 같거든. 너 지금 뭘 하고 싶은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힘들지? 나는 이젠 미래의 내가 기대돼.
그러니까, 앞으로 닥쳐올 날들이 너에게 막막하게 느껴져도 좌절하지 마. 이걸 할까 그랬나, 저걸 할까 그랬나 갈팡질팡하지 않아도 돼. 네가 믿고 있는 대로 행동해줘. 힘들었던 일들은 많았지만, 후회되는 일은 없으니까. 다만 어깨에 힘은 좀 뺐으면 좋겠다. 네 건강까지 해쳐가면서 고생하진 않았으면 해. 건강 조심하고, 주변 사람들 더 잘 챙기고, 네 행복 잘 챙기고. 말이 길어졌네. 넌 알아서 잘 할 텐데. 그럼 이만 줄일게, 안녕!
Ps. 테니스 동아리도 들어갔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재밌어! 연애는... 미안하게 되었다.
2022년의 영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