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To. 막 신입생이 된 나에게
안녕, 이 편지는 2학년이 된 내가, 막 신입생이 된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야.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에 비례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아. 작년 캘린더에 저장해 놓은 일정들을 보니 많은 일을 했던 거 같네. 대학 입시가 끝나자마자 여러 아르바이트도 하고, 운전면허도 따고, 어학 공부도 하면서 바쁘게 지냈더라. 남들이 마음껏 놀아야 되는 때라 얘기해주는 것도 한 귀로 흘리면서 살았지. 저러다가 나중에 해 놓은 게 없어서 후회할 거라고. 돌이켜보면, 분명 고3이 지나서 대학생이 되었는데, 여전히 고3처럼 생활했었어. 고등학교 선행을 중학교 때 미리 하지 않아서 첫 고등학교 시험을 망친 기억 때문이었을까.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막연한 불안감이 너를 휩싸고 있을 거야. 남들에 비해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불안감.
그래서 개강 후에도 아르바이트와 동아리, 대외활동, 학업을 하느라 사람들을 알아가고, 즐겁게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지. 그래서 그런지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었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은 떠오르는 게 없다. 남들은 일명 ‘갓생’ 살았다며 추켜세워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신입생 시절이었어.
2학년이 된 지금은 신입생들처럼 마음 놓고 놀 여건이 더 안 되는 것 같아. 국방의 의무나 각자의 사정로 인해 동기들 중 일부는 휴학을 했고, 이전처럼 사람들이 놀기 위해서 모이는 자리가 줄어들었어. 놀자는 제안을 거절했던 친구들은 이제는 더 이상 불러주지 않는단다. 또 어느새 나는 선배가 되었고. 미래, 취업, 진로를 생각하게 되어서 준비해야 할 것도 늘어났어. 이렇게 얘기하니까 너무 부정적으로 들리려나? 후회를 남기지 않고자 그 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차악이었던 것 같아 입안이 씁쓸하다.
나는 네가 대학 생활 로망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 바쁘게 달려온, 또 앞으로 바쁘게 달릴 너의 인생에서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이랑 보낼 시간이 또 올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 읽고 싶은 책을 질리도록 읽을 여유가 생길까? 왁자지껄 떠들며 다음 날을 신경 쓰지 않고 밤새 술 마시는 자리가 생길까? 그런 시간을 애써서 만들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니 1년 정도는 느긋하고, 여유롭고, 즐거운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어.
편지 초반에,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그랬지? 아마 일상에서 어릴 적처럼 많은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이벤트가 생기지 않아서일지도 몰라. 젊어서 놀아야 된다고 하잖아.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어도 흥미가 가면 한 번 해보자. 어릴 적 좌우명인 “Just do it”처럼 일단 해보자. 그러면 1년 뒤 다시 달릴 준비를 할 때, 한결 가뿐할 수 있을 거야.
네가 행복하기를 응원하며.
From. 미래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