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To. 스물의 지연
안녕 지연아.
고작 일년 더 산 나지만 그래도 작년과는 또 다른 내가 되었다고 믿고 있어서 이 편지를 남겨.
하나, 대학은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거.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에 더해 불안감도 커질 거야. 대학에 들어온 것 말고는 달라진 점이 없는데 서강대에 들어왔다는 것과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의 기대치와 불안감을 높일 거야. 기대하게 되는 미래는 더 높아지면서 주위 어른들에 비해, 혹은 친구들에 비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거야.
둘, 너가 먹고 입고 썼던 모든 것들은 사실 무엇 하나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거. 아끼는 거에 더해 벎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될 거야. 2학기 때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될 텐데 용돈을 정하면서, 과외를 하면서, 먹고 입는 대부분의 것을 직접 계산하면서 또 한번 적잖은 충격을 먹을 거야. 삶의 유지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함을 알게 될 거고, 시간과 돈 사이에서 숱한 고민들이 필요할 거야. 물론 너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새내기지만,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오만이 깨진다는 게 하나의 무게로 다가올 거야.
셋, 세상은 경력을 요구로 한다는 거. 말로만 들어보던 시작의 어려움을 느끼게 될 거야. 취업을 위해서 인턴 경력을 쌓고, 인턴 경력을 쌓기 위해 또 다른 대외 활동이나 동아리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그곳에서조차 경력을 요구로 하더라. 특히 장학금 등 혜택이 큰 활동들은 서류 탈락도 몇 번 겪을 거야. 그래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돼. 항상 학교 장학 공지나 몇몇 공모전, 대외 활동 사이트들, 그리고 우리 학교 취업지원팀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할 만한 활동들을 직접 찾아보고 지원해봐. 첫 시작이 힘들다는 건 그만큼 첫 번째 이후엔 기회가 배는 증가한다는 뜻이니까. 특히 고민하고 있을 그 학교 동아리는 꼭 들었으면 좋겠어. 비대면 시대엔 학교 선배 만날 기회가 생각보다 적거든. 동아리에서 선배들이랑 밥약하고 이 주제 저 주제로 대화해보면서 나는 이 학교가 더 좋아졌어.
넷, 취업과 진로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거. 세상이 경력을 요구하는 만큼 어떤 경력과 전문성을 쌓을지 고민이 필요할 거야. 이것저것 경험해보면서 맞는 길을 찾고 싶겠지만 모든 걸 직접 경험해볼 수는 없더라. 내가 일을 위해 휴식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창의력이 필요한 일을 즐기는지 등 우선적으로 나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해. 취미도 길러보고, 알바도 해보고 그래봐. 그래도 중고등학교에 비하면 개인 자유 시간이 훨씬 많이 주어지니까 많은 걸 경험해보기에 충분할 거야.
다섯,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쌓아가면 된다는 거. 되는 게 없다고 불안해 하지 않아도 돼. 사실 너는 경험해봐야 깨닫는 인간이잖아. 실패를 경험해봐야 달라짐도 있는 거니까. 많은 게 처음이겠지만 하나하나씩 차곡차곡 쌓아보자. 술도 처음엔 너무 썼는데 마시다 보니 금방 적응하더라. 숱한 실패와 두려움에도 움츠러들지 않을 너의 자세가 서강의 자랑이야.
쫄지 마. 언제나 응원할게.
From. 스물하나의 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