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꿀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하다’
- jikim001
- 24분 전
- 2분 분량

(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안녕, 효영아. 여전히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도서관에 가면 욕심껏 책을 가득 빌려오고,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늘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걸 즐기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빨리는 생활을 하고 있니? 변함없이 조금 무모하지만 용감하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 벌써 1년 만에 철이 들어버렸다면 슬플 것 같아.
학점을 살짝 놓쳤는데 복구가 잘 되었어? 제법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는 터라 이제는 물러설 데가 없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현재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미래의 나도 최선을 다하기를 응원해. 취직이니 교환학생이니 스트레스를 꽤 받고 있을 수도 있는데, 갑자기 어른스러운 척하지 말고 평소처럼 해맑게 지내. 충분히 할 수 있고,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초마다 무언가 압박감을 받고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이번에는 꼭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줘. 남들 다 한다고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는 스펙 괜히 쌓으려고 하지 말고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을 잊지 마. 그리고 누군가 너의 글을 읽고 작가가 되지 못할 것 같다고 혹평하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마. 최근에 김영하 작가님께 들었잖아. 작가는 원래 혼자 글 쓰는 외로운 직업이래. 외로워도 울지 말고, 의지할 수 있는 주변인들이 있다는 걸 명심해. 힘들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하는데 그거 안 좋은 습관인 것 같거든.
좋아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금방 바뀌는 나는 이제 무엇을 쫓고 있을까? 가급적이면 생산적인 일에 중독되어 있기를 바라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도파민에 너무 절여지지만 하게 주의하고, 웃음 짓게 하는 일들 많이 하면서 지내.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대상포진 앓았던 걸 잊어서는 안 돼. 그 이후로 아직도 몸이 회복이 제대로 안 되었는데 1년 후에는 그래도 조금 건강해졌겠지? 꾸준히 체력을 길러서 10초 이상 달려도 숨이 안 차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도 해볼게. 지금 펜싱이랑 테니스 중에 고민하고 있는데 둘 중 뭐라도 규칙적으로 했으리라고 믿어.
1년 후의 내가 잊어버릴까 봐 조금 개인적인 부탁도 써보려고 해. 사실 내가 나에게만 할 수 있는 말들이기도 하지. 새삼 나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월트 디즈니가 한 말이야.
‘꿈을 꿀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하다’. 허황되든 아니든 꿈을 가장 근사하게 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이제 그만 현실을 바라보고, 더 이상 꿈만을 이야기하는 건 어린 아이 같이 느껴지기도 해. 여러 번 꿈을 접으려고도 해봤잖아. 그런데 안 됐지. 글을 쓰지 않는 것, 나의 세계를 상상하고 구축하지 않는 것, 그런 건 내 인생이 아닌 것 같았잖아. 그러니까 또 다시 고비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말고 꿈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꼭 잡아서 1년 후까지 넘겨줄 테니까, 그 이후 1년까지도 꿈을 잘 이어가줘야 해. 무너지지 말아줘.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 내가 작가가 되지 않는다면, 누가 되겠냐고. 기대와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지? 그 중에서도 제일 응원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나니까, 꼭 기억해. 힘들 때마다 이 편지를 읽어. 이때는 편지글도 영 엉성했네, 하고 웃어넘긴 다음 멋진 글을 쓰자.
영원한 건 없겠지만 변화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는 말고 나답게 살았으면 좋겠어. 조금 이상하고 약간 독특하게 사는 걸 지향하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 소중하게 페이지를 채워나가기를 추천할게. 아무튼 간에 1년 후, 얼마나 성장했을지는 모를 나에게 이렇게 구구절절 편지를 써봤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 무운을 빌어!
1년 전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