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새내기였던 2021년의 너에게.
안녕. 서강대학교에 입학하고, 세상이 다 내 편인 것처럼 신나했던 과거의 빈아.
과잠을 처음 입고 알바트로스 탑을 보며 가슴이 웅장해지던 3월, 난 여전히 그 두근거림을 그리워하고 애정해. 세상 어떤 일도 두렵지 않던 그 용기와 열정이 얼마나 귀한지. 편지를 쓰면서 잠깐 작년의 기록들을 펼쳐봤어.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통합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지행일치 역량”을 꿈꾸던 네 야무진 다짐이 너무나 대견하게 느껴졌어. 맞아,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형이라고 했는데. 요즘의 나는 명사형에만 꽂혀 있었던 것 같네. 전공 커리큘럼을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 채로 급하게 써내려갔던 알바트로스 로드맵이었음에도 그 때 그 기록은 여전히 큰 도전이 되고 있어.
많은 사람이 너를 부러워 해. 얼마나 예쁜 나이야. 게다가 귀한 배움터에서 경험할 기회가 널렸으니 말이야. 어렸을 때부터 너는 (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겠다는 꿈이 있었어. 고등학생 때는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늘 기뻤지. 어떤 힘든 과정도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왔던 것 같아. 그렇다면 넌, 어떤 의미에서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대학 자체는 영원한 기쁨을 주지 못했어. 그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큰 걱정이 시작되었고 더 큰 세상이 네 앞에 놓여 졌어. 여유를 찾아 나서던 1학년 1학기와 달리 2학기는 미디어 아카데미로, 외교부 한미동맹 서포터즈로, 서강대학교 학생 홍보대사의 교육생으로 쉼 없이 달렸더라. 지금 이 순간, 또 어딜 바라보며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 성취감, 행복감도 좋지. 좋은데, 그 찰나를 위해 너의 예쁜 나이를 흩날리지는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강대학교 학생홍보대사로서 맡았던 첫 번째 일 기억나? 고등학생들 멘토링 해주는 시간이었는데. 내 전공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지. 우리 문화 속에 미디어가 깊이 뿌리 내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 반대 주장을 펼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나 미디어를 소비할 때에 스스로의 가치관을 통해 절제할 수 있는 힘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미디어의 홍수에 깊이 잠겨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미디어의 공격이 끝이 없어 보이니까. 누구나 잠시라도 급속하게 성장하며 또 그 속도를 늦추려고 하지 않는 미디어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 그래서 이 길을 선택한 네가 자랑스럽다. 너의 길이 절대 헛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어. MZ세대가 바른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기 위해 한 걸음 내딛은 너의 발걸음을 오늘도 축복해.
미래를 걱정하며 재능을 찾기 위해 애쓰던 2021년의 빈아.
음악을 잘하면 음악을 하고, 체육을 잘하면 체육을 하는 식의 세상에서 나는 빈털터리인 현실이 야속하지? 책에서 본 문구가 있는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으려는 경제 논리가 마음 밑바탕에 숨어 있기 때문이래.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거지.
이게 잘못됐다는 건 아냐.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인데.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최고의 수준이 충분한 훈련, 그리고 시간이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더라. 그리고 네겐 아직 노력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어. 아직 1학년이니까, 뭐든 괜찮아. 도전하고 시도하렴. 먹잇감을 바라만 보다가 어느 순간 멈춘 채, 환경에 지배 당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네가 예전에 좋아하던 성경 구절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을 떠올리며 우리가 오늘 마주하게 된 어떤 일도 결코 우연이 아님을 믿자.
마지막으로, 네가 사랑 가득한 새내기였으면 좋겠다. 제 아무리 영감 넘치는 말도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사랑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사랑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강요하지도 않아. 네가 지금껏 받은 사랑은 사랑이 그런 것이었단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처음 마주한 환경과 동기들에 대한 사랑, 지금까지 너와 함께한 친구들의 사랑. 과거에 갇히지 말고 오늘 하루를 생생하게 사랑하자.
이러한 꿈을 꾸게 된 서강대학교를 사랑하는 너와 내가 참 좋아
그 자리에서 감사하며 또 겸손하길 바라
2022년 2월 7일 소중한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