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진수에게
진수야, 안녕! 지난 3년 동안 너무 고생이 많았지. 몸도 마음도 너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견뎌내 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는 다 해냈으니까, 모든 마음을 펴서 누려도 좋아!
서강에서의 4년은, 네가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충만한 시간이 될 거야.
특히 네가 새내기로서 보내게 될 1년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새롭고 다채로운 시간이 될지도 몰라. 지금까지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신기한 일들을, 신기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채로 수없이 많이 경험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한 해가 다 지나고,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껴지는 때가 오면, 정말 얼마나 아쉬운지 몰라.
그러니까, 낯설다는 느낌에 속아서 그 반짝이는 순간들을 ‘적응’이란 단어로 가리지 않길 바라.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도, 어쩌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발을 내딛어 나간 하루하루가 잡을 수 없이 소중했던 것 같아.
1학년 때는 캘린더가 빼곡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또 어울려보는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어. 비슷함 속에서 생활하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다양함 속에서 새로운 너를 찾게 될 수도 있거든! 그러다 보면 네가 좋아하는 관계가 생기게 될 거고, 가장 잘 맞는 친구들과 남은 대학 생활을 같이할 수 있게 될 거야.
이때는 애인보다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졸업할 때가 돼서도 가장 즐겁게 꺼내는 이야기가 1학년 때 있었던 일들이거든! 갓 대학생이 되었던 우리의 ‘처음’들을 같은 곳에서 나누고, 또 함께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더라.
2학년은 대학교 생활의 초입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졸업까지를 결정하는 길목이었어. 그래서 대2병이라는 말도 있는 거겠지? 뭘 해봤더라도 전부 도움이 됐을 시기인데, 겁내고 멈춰있었던 게 나는 많이 아쉬워. 그러니까 너는 어떤 일이든지 후회를 남기지 말고 용기 내서 도전해보기를 바라!
이때는 새롭게 시작하는 일 말고도, 그만두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할 거야. 멈춰야 하는 것들에 대한 결단이 생기고, 생활에 있어서도 선택할 것들이 많아졌던 것 같아. 너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해봤으면 좋겠어.
시간이 지나면서 전보다 많은 곳, 혹은 많은 것에 속하게 되다 보면, 너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나 관계는 끊어내고 싶을 때가 생길 수도 있어. 하지만 급히 빠져나온 자리는 나중에 돌아가고 싶은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몰입하되 잠기지는 않을 정도의 깊이를 유지하는 연습을 해봐. 그래도 맞지 않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가차 없이 그만두고 너에게 더 좋은 위치에 충실할 수 있기를!
또 이때부터는 좋은 성적 받기가 전보다 어려워지니까, 학업에 집중하는 편이 좋을 거야. 물론 재수강할 수는 있지만, 첫 전공들에서 얻은 자신감이 졸업할 때까지 큰 영향을 주는 것 같거든.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어떤 전공 과목들은 네가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역할을 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더 많이 알아보고,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어!
고학년 때는 전공 공부가 바빠서 정말 많이 힘들 거야. 괜히 ‘사망년’, ‘死학년’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더라. 그러니까 더더욱 저학년 때 많이 고민해보고, 계획해보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어. 새내기 때 체력은 추억 속에 깊이 묻게 되니까, 미리 운동해두는 걸 추천해! 또 과정 가운데서 혼자만의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걷는 길을 너무 부러워하지는 않길 바라. 너는 네가 마주할 일들을 결국은 모두 해결해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야!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내가 서강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이 표어가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 어쩌면 너도 지금은 그렇겠지?
나는 어두운 아홉 시의 캠퍼스를 참 좋아했어. 검은 바람이 지나던 불 켜진 케이관도, 쏠리는 나뭇잎들을 마주하고 오르는 로욜라도 참 좋더라. 엠뚜에서 내려다본 넓은 초록이 시원했고, 늦게까지 삑삑 소리를 내던 농구 코트의 운동화들이 반가웠어.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를 마치고 함께 나서는 나의 동문들이 멋졌기에, 우리를 감싸는 서강이라는 울타리가 참 자랑스럽더라. 이제 서강은 정말 내 자랑이 되었고, 나는 서강의 자랑으로 세상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진수야, 서강에서의 4년을 최선을 다해 누려줘. 그 어떤 것보다 너의 청춘을 꼼꼼히 칠한 자랑이 될 거야. 그러니까 매 순간 진하게, 선명하게 살아줘.
새로운 시작을 앞둔 너를 부럽도록 응원해! 인생에서 단 한 번 뿐인 너의 대학 생활이 누구보다 치열하고 보람차기를. 네가 서강의 자랑이 되었듯, 서강이 너의 자랑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