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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To. 다미

지독했던 재수 생활이 끝나고 합격해서 웅장한 캠퍼스에 발을 들이니 어때? 아마 너는 서강뽕이 가득 들어차 뭐든지 할 수 있고 기분이 안 좋다가도 금방 헤벌쭉해질 거야. 과거의 내가 그랬었거든! 오늘은 내가 겪어왔던 과거를 말해줄게. 말하는 이유는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나 자신을 잃지 말라고 응원하기 위해서야.

처음 입학했을 때 해방감에 몸 둘 바를 모르고 힘든 고등학교, 재수 생활을 인내하고 내가 보상 받는다고 생각 했어. 그러다가 경제학과에서 배우는 것들이 내가 예상한 바와는 달라서 흥미가 떨어지고 복수 전공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 그래도 그땐 아직 서강뽕이 남아서 자유롭게 다른 과 과목을 들을 수 있어 ‘역시 서강대!’라고 하며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지. 그러다 2학기에 부모님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면서 독립해서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어. 물론 지금도 혼자 살고 있지만 말이야. 이때부터 나는 빛을 잃기 시작했어.

나는 완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해당해서 장학금이나 다른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했어. 그래서 학기 다니면서 알바하고 돈에 허덕이다 보니 성적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더라. 전공은 나랑 안 맞아서 성적은 뚝뚝 떨어지지, 물가는 얼마나 높은지 돈도 쑥쑥 나가지 그리고 부모님에게 버림받았다는 여러 가지 생각에 난 곪아갔어. 근데 웃긴 건 돈 버느라 바빠서 나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모른 채 지내다가 학교 앞 경의선 숲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다가 쓰러져서 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야. 한동안은 집에 틀어박혀서 자기만 하고 안 좋은 생각만 하고 치료를 미룬 채 지냈어. 하지만 돈이 떨어져 가서 다시 일하면서 지냈어. 지금의 나는 짓무른 과일이랑 비슷한 상태야. 그나마 다행인 건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을 터득해서 사회 생활할 때는 정상인처럼 보인다는 거랄까? 아무도 내가 곪은 상태라는걸 모르더라고,,, 그러다 보니 난 감정을 잃었고 하루살이처럼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다미야 너는 나처럼 되지 말아줘. 많이 힘들고 아프고 체념하는 시간의 연속이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돌아보면서 마주했으면 좋겠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 돈 버느라 바쁘고 힘들 때 쉬는 날 침대에 있지 말고 한강이나 탁 트인 곳으로 가서 사람 구경도 하고 너 자신이 사는 이유를 찾아봐. 사람들이 우울증을 이겨내려면 운동이라도 하고 움직이라고 하잖아. 굳이 그렇게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극복해나가기보단 네가 예전에 대학 입학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려봐.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조건 성공했던 너니까, 지금의 나도 그렇고, 그러면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어.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잘 어루어 만져줘. 그러면 넌 다시 살아날 거야. 곪아버린 과일도 땅에 묻히면 다시 새싹이 자라나 꽃이 피고 열매를 맺잖아? 너도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꼭 너 자신을 사랑하렴. 삶의 주도권을 네가 꼭 잡고 멋진 한 번뿐인 네 인생을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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