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선택에 따라 나의 인생이 많이 바뀐다는 걸 깨달았어
- jikim001
- 2024년 8월 13일
- 2분 분량

(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안녕! 난 1년 후의 나란다. 갓 20살이 되었던 너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주어져 오히려 겨울방학 때 방황을 했지. 길고도 길었던 겨울방학이 지나 서울로 올라온 너는 다행히 낯선 환경에 금방 적응하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 하긴 2시간 마다 읍으로 올라가는 농어촌 버스를 타지 않아도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이 숙소 바로 옆에 있는 것, 야생 동물이 돌아다니지 않는 밝은 가로등이 있는 산책로가 있는 것, 버스 시간표를 보지 않아도 곧바로 버스와 지하철이 있는데 뭐가 나쁘겠어. 항상 모든 게 제한적인 시골에서 살다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서울에 와서 너무 행복했었지. 그리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강대학교’ 학생이 됐다는 건 나의 정말 큰 자랑이었어. 직접 ‘개천에서 용 난다’를 실현한 거지.
그러나 네가 서강대를 농어촌 전형으로 들어왔다는 사실로 인해서 스스로 엄청나게 위축된 상태로 학교를 다니게 돼. 이전에 수만휘 카페에서도, 에타에서도 농어촌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은 사람 취급도 안 했거든. 그래서 계속 스스로 ‘서강대를 쉽게 들어온, 특혜 받은 학생’으로 타자화하며 나의 능력을 평가절하했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엄청 뛰어난 공부실력을 가지고 있고 남들이 잘 아는 유명한 고등학교에서 왔었기 때문에 나는 이에 비하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 항상 내가 들어온 전형을 말하기 꺼려했고 누군가 이 주제를 꺼내면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너무 긴장했었어. 내가 농어촌 전형으로 들어왔다는 걸 알면 나를 왕따 시키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볼 거 같았거든. 근데 그거 아니? 사실 입학 전형과 출신 고등학교는 대학생에게 이제 큰 의미가 없어. 서강대학교에 들어온 순간 다 똑같은 ‘서강대학교 학생’인거야. 안타깝게도 너는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상담소로 가서 개인 상담도 요청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지.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인했으니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전 상담에서 정말 펑펑 울었어. 내가 말하면서도 너무 슬프고 스스로가 초라한 거야. 그냥 차라리 농어촌 전형으로 서강대학교에 들어오지 말 걸 그랬나 조금 후회하기도 했지.
하지만 넌 뛰어난 아이여서 조금씩 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돼. 오히려 이 결핍과 불안으로 인해서 스스로 내 존재와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살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더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하게 돼. 나중에는 나보다 더 좋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뛰어난 성적을 얻었던 애들이 나한테 “부럽다”라고 칭찬을 해주더라? 너무 이질적이어서 처음에는 놀랐어. 분명히 나보다 좋은 학교를 다녔던 애들인데... 오히려 시골에 있는 별 볼 것 없는 학교에서 온 나를 부러워하는 거야. 처음엔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칭찬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곱씹어 보며 많은 걸 깨달았어. ‘아..!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내가 하는 선택에 따라 나의 인생이 정말 엄청나게 많이 바뀌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이젠 정말 출신 학교, 입학 전형은 상관없다는 걸 알게 된 거지. 어른으로서 내 삶에 충실하게 살면 그에 응당하는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것.
이후 나의 생각은 완전히 180도로 바뀌게 됐어. 결국 스스로에게 내 존재에 대해 증명하게 된 거야. 이제는 누가 농어촌 전형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해도 신경 안 써. 나는 그저 19년 동안 살아온 곳이 농어촌 지역이었고 적법하게 나에게 맞는 전형을 통해 올라온 거니까. 이젠 나 자체가 산 증인이고 내가 쌓아온 나날들이 증거거든. 만약 남들이 욕한다면 그 사람 보고 19년 동안 시골에서 살라고 해봐. 그러면 마트와 학원을 가려고 2시간 동안 읍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거, 학생 수가 적어서 억지로 생명과학 1,2와 지구과학 1,2를 들어야 하는 것, 지자체에서 청소년에게 지원해주는 지원금이 없는 것 등을 버티지 못하고 바로 도망갈 걸?ㅋㅋ
암튼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는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될 거야. 나중에 친척들과 만날 때도 바뀐 모습에 많이 놀라실 걸?ㅋㅋㅋㅋㅋ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너에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한 것으로 여기면서 잘 살면 될 것 같아. 그럼, 2023년의 나야, 행복하게 잘 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