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지나온 여러 해 중, 가장 모순적인 한 해를 보낸 뒤 마주했던 대학교 합격 창이 얼마나 후련했던지. 합격 창에 있던, 누구보다 나은 사람이 아닌 누구와도 다른 단 하나의 특별한 인재로 성장해 나가는 걸 응원한다는 멘트가 마음에 콕 박혔었잖아. 그렇지?
그게 마치 몇 주 전 같은 데, 벌써 학교에 다닌 지 3년이 다 되어가네. 나는 그동안 잘 지냈어.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인데, 나는 잘 지냈다고 하는 게 조금 웃긴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네. 2022년의 너는 무엇을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시간을 버리듯이 무기력하게 소비하는 일상을 걱정하고 있지? 그런데, 너의 그런 시간이 2년 뒤의 내게 여러 일들을 마주할 용기를 준다면 믿을 수 있겠니?
네가 지금 열심히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경험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나누던 소소한 일상들이, 모두 다 켜켜이 내 안에 남아서 요새 나를 응원해 주더라.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모든 건 다 미래의 너에게 도움이 될 거니까.
재수를 하며 1년간 딱히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던 탓에, 또, 원래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조금은 힘들었던 탓에, 너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힘들어하며 앞으로 너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의 나는 말이야, 매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열심히 섞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어.
또, 하고 싶은 걸 정하기 힘들어서 그저 무기력하고 늘어지는 너일 테지만, 지금의 나는 어찌저찌 무언가를 택해 그걸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어.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것 같더라. 너의 그러한 때가 남들보다 느린 것 같다고 느껴져 조금은 속상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너의 시간에 맞추어 적당한 때가 올 거야.
물론, 여전히 조금 불안정하고, 힘들고, 네가 두려워하던 모든 것들이 전부 아주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해소되는 때가 또 있겠지? 그때 네가 걱정하던 것들도 지금 내가 열심히 풀어나가고 있으니 말이야.
사실 처음에 이 글을 시작할 땐, 너무 많이 불안해하지 말고,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고, 너무 깊은 감정에 휩싸여 스스로를 자책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런데, 쓰다 보니 그것도 다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 네가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그저 제자리에 맴돌고 있었겠지. 네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어. 어쩌면 뻔한 말일지라도, 네가 열심히 너에게 시간을 써준 덕분에 나는 요새 조금씩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 정말 고마워.
그래도, 네가 너무 힘들지 않게, 걱정과 불안이 너를 짓누르는 것 같을 때면, 너는 네 생각보다 더 단단한 사람이고,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줘.
참, 학교에 이맘때쯤이면 튤립이 많이 피거든. 앞으로 네게 그럴 것처럼, 2022년 봄을 맞이한 너에게도 그 튤립들이 하루를 잘 넘길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안녕!
2022년의 너에게 2024년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