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2021년, 한참 코로나19의 유행이 심했던 그 시기에 고향을 떠나 혼자 외국으로 나온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인생에는 틀리거나 필요 없는 경험이란 없다고.
출입국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던 그 시기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2주 동안 작은 호텔 방에 갇혀 격리 생활을 보낸 나는 ‘한국 유학이 맞는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내 부족한 한국어 실력에 스스로가 한심했고, 나 빼고 다 한국인이라는 그 상황이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했다.
그 이후에도 2년 동안이나 지속된 온라인 수업에 지치기도 하고 향수병에 걸리기도 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할 수 있는 것 또한 제한된 그 시기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토록 내가 원해서 온 유학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유학 생활과는 너무나도 괴리감이 큰 현실에 마음이 꺾였다. 나는 무엇을 하러 한국까지 온 걸까? 나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시작되는 유학 생활에 대한 기대보다도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만이 마음속에서 커져갔다.
그날부터 3년 넘게 지난 지금, 나는 한국에 적응해 잘 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나를 신경 써주고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멀리 사는 가족들 대신에 나를 잘 챙겨주는 애인, 친구들, 교수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알바 사장님까지. 덕분에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직접 보지는 못하더라도 자주 연락하지 못하더라도 가족들 또한 고향에서 계속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본가를 나와 자취를 하다 보면 밤늦게 아무도 없는 그 작고 어두운 방에 들어갈 때마다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거기다가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이나 많은 친구들과 같이 재밌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더욱더 그 고독감이 커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의 ‘고독’에 우울해하는 것보다 과거의 추억을 뒤돌아보거나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해 보는 등 해보면 좋다. 자신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먼저 챙겨준다면 그들 또한 나를 신경 써줄 것이다.
또한 때때로는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늘 언제나 타인과 같이 있을 수는 없고 자신 스스로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꼭 필요한 시간이다. 혼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거나 자신에 대해 탐색해 보거나 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자기 스스로를 더 당당하고 풍요롭게 해준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친구들과의 시간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보냈을뿐더러 학생회나 대외활동, 동아리/학회 등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다양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면서 내 스스로가 많이 강해졌다. 사실 그중에는 잘 안 맞는 일도 있었고 멀리하게 된 인연도 있었지만 모든 경험이 나에게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내 적성에 맞고, 어떤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내가 편한지, 그것은 실제로 해보고 만나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 선택이 정말 맞는 선택일까?’ 하는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렇지만 지난 3년 동안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인생에 ‘맞는 선택’이란 것은, 즉 ‘정답’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답’과 ‘성공’만을 바란다면 그 인생은 아주 재미없을 것이다. 때때로는 잘 맞지 않는 일에 마주칠 수도 있고, 또 어떨 때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더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한국에 유학을 온 것도 지금까지 해온 대학 생활에도 후회는 없다. 뭔가를 도전해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어도 뭔가를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일 또한 나름 내 인생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과거의 나도 그런 자세로 많은 경험을 하고많은 사람을 만나 나다운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