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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온갖 경험들 속에서 귀중한 답과 교훈을 찾아낼 거라 믿는다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지금 너는 어디 서있을까?


지하철에서 막 내려 신촌역 개찰구를 빠져나왔을까? 6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중일까? 아니면 정문 앞에 서서 사진에서만 보던 알바트로스 탑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지금 네가 어느 곳에 서있든 너를 사로잡은 복잡한 기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그토록 바라던 대학에 왔다는 설렘과 오랜 수험생활을 거쳐 이제서야 고작 도착했을 뿐이라는 자책이 동시에 떠오를 거야. 그 이외에도 복잡한 감정들이 마음을 헤집어 놓고 있겠지만, 그런 잡음들 집어치우고 가장 먼저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고생했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멋쩍게 생각하며 손사래 치겠지. ‘내가 뭘 잘했어? 이제야 겨우 출발점에 섰는데.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 많은 사람들한테 민폐도 끼쳤잖아.’라며. 너라면 분명히 그렇게 말할 거야.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걸 똑똑히 기억하니까.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네가 있는 그 시간을 돌아보니 엉덩이 툭툭 쳐주며 칭찬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서 이 말을 먼저 해주고 싶었어.


그렇게 고생한 과거의 ‘나’에게


네가 앞으로 마주할 학교 생활들은 순탄치 않을 거야. 인생은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고, 계획은 어그러지기 십상이지. 완벽주의를 좋아하는 너는 적지 않은 실망을 하겠지만, 그런 너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먼저, 오랫동안 핑계 대지 말자.


입학 직후 네가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늦게 들어온 캠퍼스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기대했던 너는 사람들 만날 기회를 뺏겨 좌절하고 실망하겠지. 동기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고, 선배에게 연락하는 것도 억지로 만나고 싶어 안달 난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떨면서 말이야.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해. 하지만 코로나 핑계를 오랫동안 들먹이며 움츠리고 있는 건 그만하자. 물론 지금 겪고 있을 답답함이 너 때문은 아니지만, 그 이유를 들먹이고 있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어느 순간도 완벽한 순간은 없고, 우리 삶에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핑계거리가 될 수 있는 장애물들이 놓여져 있어. 그러니까 지금 네 눈앞에 장애물이 몇 개인지 일일이 세고 있을 시간에 어떻게 하면 네가 가야 할 길로 갈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나아.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네 원칙대로 사는 것이 훨씬 낫다.


모처럼 용기 내서 연락을 했던 사람과 연락이 닿아서 만나고, 이 사람과는 좋은 친구로 지낼 거라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할 때 기분이 어떨까? 당연히 당황스럽겠지. 딱히 실수를 한 것도 없는데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가 무언가 실수한 건가? 그런 생각이 너를 갉아먹게 될 거야.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일로 일희일비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 상대방에게는 오만 가지 사정이 있을 테고 나중에 알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맥락이 있어. 혹은 일방적인 오해거나 서로의 의도가 엇갈린 건데 아무리 전말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풀 수 없었겠다 싶은 사정도 있지. 그러니까 상대방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며 움찔거리기 보다 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잘못한 바가 없다고 그대로 움직여.


상대방의 판에 휩쓸려 정말 네가 해야 할 행동을 잃어버리고, 평소의 너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들로 네 시간을 채운다면 나중에는 더 큰 후회만 남을 거야.


이 조언들은 네가 입학한 이래로 겪을, 그리고 내가 입학한 이래로 겪은 일들 때문에 느낀 교훈들이야. 조금 서두르고 싶은 마음에 과거의 나에게 이 편지를 적었지만 결국 너도 온갖 경험들 속에서 귀중한 답과 교훈을 찾아낼 거라 믿는다.


단지 내가 얻은 교훈들을 전했으니, 허우적거릴 시간을 아껴서 또 다른 교훈을 찾고 그 답을 들려줘. 조금 앞선 시간에서 너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2023년 3월 12일

4학년의 내가 신입생인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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