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시작을 앞둔 J에게
안녕, 제이. 어제 잠은 잘 잤니? 방학이라고 너무 집에 있지만 말고 밖에 좀 나가. 너 그렇게 놀고먹기만 하다가 살찐다. 나중에 빼느라 개고생하니까 최대한 덜 찌도록 노력하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게 쓰는 편지라….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라고. 결국, 마감을 앞둔 몇 시간 전에 다급하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죽어도 고쳐지지 않은 벼락치기 병. 이 병은 6년 동안 널 따라다닌단다. 너무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미리 하렴. 그러면 삶이 좀 편안해질 거야.
너는 무엇이 제일 궁금하니? 사실 그 시절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맞니?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미화된 건 아닌가 싶어. 일단 제이야, 네가 먼저 다가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네게 주어진 기회를 쳐버리지는 마. 너 진짜 섹션 활동 아무것도 안 하거든? 술 게임도 싫다고 안 하고. 그런 주제에 술은 좋아해서 진짜 사고 많이 치고 다녔는데…. 그래, 술은 어릴 때 많이 마셔보는 게 좋으니까 마시되 섹션 사람들이랑도 마셔. OR도 안 가고 MT도 안 가고 축제도 안 가고 섹티도 안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단체 활동을 피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거든. 별거 아닌 추억 한 자락이라도 있으면 좋잖아? 그러니까 꼭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내지 말고, 네게 주어진 기회를 잡으렴. 술 게임도 배우면 잘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마.
또 1학년 때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갈 기회를 얻을 거야. 그거 꼭 잡아. 네게 덧없이 소중한 추억이 될 거고, 그때 함께한 사람들은 평생 함께할 친구가 될 거야. 가서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짜증 내지 말고 배려하면서 살아.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참 어려서 별거 아닌 거로 짜증 내고 그랬는데 지금 돌이켜보니까 좀 쪽팔리더라고. 굳이 성질 낼 필요는 없었는데, 싶은 생각이 들어. 또 그때 동아리 오빠가 고백하면 그냥 받아줘. 너 그때 이후로 연애 못 했어. 연애는 기회 올 때 잡아라.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거든. 근데 참, 사람 인생이란 게 알 수 없더라고. 계획대로 되는 것도 없고 예상할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근데 연애에 있어선 그 이후로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꼭 잡아. 뭐, 이렇게 말해도 넌 그냥 흘려듣겠지? 내가 그랬으니까. 또 3학년 때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독일로 교환학생을 갈 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첫날에 꼭 로밍해라. 셋이라 용감했던 건지, 멍청해서 용감했던 건지. 셋 다 로밍 안 해서 첫날 개고생했거든. 그 느려 터진 프랑크푸르트 공항 와이파이로 겨우겨우 숙소를 잡던 그 날이 떠오른다. 사실 지금에야 다 지나간 일이니까 추억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막막했어. 그러니까 첫날은 그냥 로밍해. 또 셋이서 이탈리아 여행을 가거든? 하루는 어깨가 너무 아파서 백팩을 메고 싶을 거야. 메지 마. 그날 여권 도둑맞는다. 동생이 준 라이언 파우치에 고이고이 모셔뒀는데 그것만 쏙 가져갔어. 예쁘다고 출국하면서 샀던 여권 케이스도 그날 사라졌단다. 그리고 대사관엔 미리미리 전화해. 그런 큰일은 전화하는 거야. 구글 맵 후기에 전화 안 받는다고 안 했다가 혼났어. 그조차도 추억이 됐으니까 사실 똑같은 일이 일어난대도 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좀 덜 고생하려면 내 말을 꼭 들으렴. 그리고 너 4학년 끝나고 네팔 가거든? 히말라야도 올라. 시험 끝났다고 술만 펑펑 마시지 말고 체력 단련 좀 하고 가. 생각보다 산 오르는 거 힘들다? 그래도 끝내고 나면 뿌듯하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꿋꿋하게 올랐으면 좋겠어. 이것저것 적다 보니까 또 해주고 싶은 말이 우수수 터져 나오네. 근데 사실 뭐 이런 일들은 내가 조언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너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나 이제 곧 졸업해. 다음 주면 졸업식도 한다! 있잖아, 사실 나 군대 간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내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어릴 때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미래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 고등학교 때 노력했다고 생각해서 대학교 와서 아무것도 안 했거든. 물론 난 지금 내가 선택한 길에 자부심을 느끼고 만족하고 있어. 그래도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만약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노력했으면 좋겠어. 노력하지 않은 자에겐 절대 기회가 오지 않더라고. 요행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 그리고 너의 노력을 잊지 마. 노력했던 그 순간 순간, 하루하루가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처음부터 너무 거대한 목표를 보며 좌절하지도 말고, 내가 노력해왔던 것들을 무시하지도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 나도 아직 어렵더라고. 그래도 조금씩 노력하는 나를 칭찬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어. 참, 어렵다. 노력하는 것도 칭찬하는 것도. 왜 이렇게 삶은 어려운 걸까? 그래도 제이야, 넌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자. 응원할게. 응원해 줘.
새로운 시작을 앞둔 J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