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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슬픔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터널을 지나고 있는 너에게>


안녕 선아야. 나는 미래의 너야. 여기는 2023년이고, 나는 지금 3학년의 봄을 지나고 있는 중이야.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편지를 쓰고 있어. 너는 지금 어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겠니?


사실 나는 1학년 시절의 내가 잘 기억나지 않아. 불안감으로 점철된 일상을 버티고 나니 금세 2학년이 되어버렸거든.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스터디 플래너 맨 뒷장에 빼곡히 적어놓았었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으로 3학기를 채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말이야. 너에게 대학을 준비하는 수험 기간은 끝을 알 수 있는 터널이었을 거야. 차차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더라. 때로는 도무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터널을 지나게 되기도 하더라. 지금 네 마음 속에는 비대면 대학생활에 대한 실망감과 진로 문제가 얽혀 그런 터널을 이루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거 알아? 20대 초반은 원래 누구에게나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야. 그러니까 네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너무 조급해하며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아직 어린 아이 같은데 이제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도 있겠지? 그건 네가 철없고 못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인생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야.


누구보다 선하고 올곧은 너를 알아. 그리고 네가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때때로 네가 어찌할 수 없는 시련에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다고 해서 네 마음도 죽어버린 건 아니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 20년 남짓한 짧은 생이지만 여러 고비를 넘겨오며 너도 깨달았지? 당장 눈 앞이 캄캄해서 출구의 빛이 보이지 않더라도 터널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 살짝 귀띔해주자면 나는 지금 그토록 꿈꾸던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어! 통학하며 동기들과 함께 대면 수업을 듣고, 동아리와 학회 활동을 하며 다양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는 중이야. 어때? 상상만 해도 마음 설레지 않아? 사실 아직 진로가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라 불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이건 내가 현재와 미래를 멋진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은 의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니까 마냥 불안하기만 한 건 아니야. 이제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 그리고 나는 요즘 매일 일기를 쓰고 있어. 지금이 앞으로의 생을 위해 그저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귀중한 젊은 나날을 이루는 하루임을 알게 되었거든.


시련은 선물 포장지라는 말에 펑펑 울던 너를 기억하니? 네 앞에는 근사한 선물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고, 너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

다시는 오지 않을 스무 살의 너는 그 자체로 빛나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 네가 슬픔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라며 이만 편지를 마무리할게.

- 2023년 미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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