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안녕. 새내기 친구야
학교생활은 즐겁게 하고 있어?
뭐? 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고...?
무슨 일 있니? 괜찮으면 나에게 어떤 일이 힘든지 털어놔줄 수 있을까?
어려우면 네 일기장 좀 잠깐 보여줄래? 내가 읽고 조언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아차차 내가 누구냐면, 나는 미래에서 온 너의 가장 친한 친구야!
지금의 힘든 너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싶어서 찾아왔어..
나 한번만 믿고 털어놓아볼래?
“2018.03.02. 금. 서강대 첫 개강”
첫날 개강 첫 수업은 글의였는데
개강하자마자 밥을 혼자 먹었다 너무 슬펐다...
분명 주위에선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밥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ㅠ
용기 내어서 같은 조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과 선배나 친구들이랑 선약이 있다네?
(중략)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혼자 먹는 건 그래도 참을 만 했는데 첫날부터 찌질한 걸 가족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억지로 끊어질 때까지 받지 않았다.. 너무 비참하고 슬펐다
“2018.09.04.화. 개강 이튿날”
000수업 첫 시간이었다. J관 전공 수업인데, 그 원형 강의실이라 강의실이 크니까 다행이다 싶었는데 경제관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라 그냥 극혐이었다.
하필 지각했는데... 뻘쭘하게 앞문밖에 안 열려서 강제 관종 등극..
혼자 앉는데 자리가 매우 맘에 들지 않는다. 그냥 나 혼자 독강이에요~ 광고하는 느낌임
너무 싫어 죽겠다 이 느낌.
하필 강의에서 얼굴만 아는 **언니도 만나서 더 슬펐다
아는 사람 있는 게 싫다 싫어. 차라리 아는 사람 아무도 없으면 나은데..휴
내가 친구 하나 없이 혼자 다니는 게 까발려지는 기분. 너무 수치스럽고 쪽팔린다.
그냥 듣는 내내 휴학하자 휴학하자 이 생각만 들었다.
(중략)
밤에 뭐가 그리 서러운지 끅끅대면서 눈물후두두두두둑 떨구면서 울다가 잤다.
힘들다. 이게 반복되면서 진짜 우울증 될까봐.
개강 첫날, 무엇보다 첫 등교 날은 매우 설레기도, 걱정되기도 했을 텐데...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강의를 듣고. 분명 상상했던 대학 생활은 이게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일기를 읽어 보면 혼자인 게 버틸 만하지만, 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들키는 게 싫었던 것 같네.
근데 말이지.. 세상엔 너의 편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너의 어떤 모습을 보아도, 어떤 치부를 들켜도..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네 편인 사람들에게까지,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애써 겉모습을 꾸미고, 포장하려 들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가끔 sns를 보면서 세상에 지금 너 빼고 모든 동기들이 행복한 대학 시절을 보내고만 있는 것 같아서 마치 세상에서 버려진 기분을 느낄지도 몰라.
왜 나는 남들처럼 행복하지 못할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난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할까 잡생각이 들기도 하겠지.
근데 그거 다 그 사람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만 모아둔 것에 불과하더라.
너만 행복하지 못한다고, 너만 적응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 나이 대 새로운 환경에서 새내기라는 이름으로 각자 나름의 고민거리와 어려움이 있더라고. 그걸 드러내지 않는 것 뿐이지.
그러니까 나만 힘든 거 아니니, 우울해 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내게 부족한 점들을 한탄할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내가 가진 감사할 조건들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게 어떨까?
학교 동기 친구가 없어도, 나에겐 유일한 찐친도 있고, 누구보다 따뜻한 가족이 있단 걸 잊지 말자!
“대학 와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친구들이랑 교복입고 롯데월드
댄스 동아리 들어가기
학교 홍보대사 해보기
학교 응원단
남자친구랑 여의도 벚꽃 축제
과외/알바
대외활동, 연합 동아리
학교 교내 논술, 면접 알바
친구랑 밤새 도서관에서 공부해보기 등...
“2018. 09. 15 토”
그냥 너무 속상해서 눈물 날 것 같다
죽도록 싫은데, 또 도망칠 수도 없고,
다시 도전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 더 늦기 전에 해야 할까? 아니면 편입?
어떡하지... 막막하다 내 인생...
대학을 1년도 채 다니지 않았는데, 딱 한 학기 다니고 너무 지칠 대로 몸과 마음이 상해버렸구나. 그로 인해 수도 없이 매일 밤을 울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편입을, 반수를, 심지어는 퇴학까지도 생각하며.. 이 연결 고리를 끊고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근데 꼭 기억할 건 “절대 포기하지 마! 4년은 생각보다 무지 짧다” 라는 거야
4년 정말 금방 가더라고. 너무 금방 가서 그 끔찍하게 힘들었던 시기였는데도 다시 더 다니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까? 믿기지 않지? 그때에는 이 말이 야속하게만 들리고, 난 지금 하루도 버거운데 그런 말 하는 내가 아주 미울 거야.
근데 내가 미래에서 봤는데 말이지.
3년 뒤.. 아니 4년 뒤의 너는
과연 내가 이 학교를 졸업이나 할 수는 있을까 매 순간을 고민하고 울었던 사람이.
벌써 이젠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엄청나게 아쉬워하고 있단다.ㅎㅎ
졸업이 아쉬워질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아쉬워.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많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아서 후회가 돼.. 위에 네가 적어 둔 수많은 버킷리스트들.. 부지런히 안 하면 시간이 부족할지도 몰라!
지금 누리는 그 캠퍼스 생활이 영원할 것 같겠지만, 2년 뒤엔 엄청난 전염병이 돌아서,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단다. 안 믿기지 ?ㅠ 나도 캠퍼스가 그리워 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
그게 연애든, 알바든, 학교 홍보 대사든, 댄스 동아리든, 봉사활동이든
모두 다 후회 없이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너는 생각이 많아서 아마 도전하기 전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미리 생각해보기도 하고,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하고 싶었던 일을 주저하고 놓치게 될 지도 몰라. 근데 걱정은 붙고 나서 해도 늦지 않잖아? 될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왜 걱정부터 해.
나중에 돌아보면, 하고서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한 걸 후회하는 일이 태반이더라구. 그러니까 꼭 하고 싶은 건 앞뒤 가리지 말고 해봤으면 좋겠어.
힘들어하는 나에게 아빠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지.
“나중 되면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기를 힘들게 보낸 걸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후회하지 않게, 즐기며 젊은 시절을 보내렴”
12년 간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살아야 해서, 실수가 두렵게 느껴지겠지만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온 새내기는 말이지.. 누구나 서툴고 또 언제든 틀려도 되는 나이야.
완벽할 필요 없어. 조건 따질 것도 없어.
너의 마음 가는 대로 무모하게 때로는 충동적이게
젊음을 무기로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울지 말고 파이팅이야!
-그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친구, 너 그리고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