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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치들을 품에 안고 성장한 멋진 사람이 되어서 지금의 나를 기다려줘

  • jikim001
  • 25분 전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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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친애하는, 언젠가의 내가 될 당신에게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다는 개념 자체는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 초등학생인 내가 어른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그런 거 말이야. 지금 쓰는 이 편지는 적어도 그렇게 오랜 기간을 두진 않을 것 같네. 일단은 1년 후, 2026년의 당신. 그러니까 21살의 정든 내기가 되어 있을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될 테니까.

     

 이 편지를 써 내려가는 지금은 2025년, 내 인생 첫 대학교 중간고사를 끝마친 시점이야. 그럭저럭 해내긴 했지만, 성적은 여전히 두렵지. 이 글을 받아보는 그때에도 여전히 시험은 두려운 존재이려나 싶다. 뭔가 그럴 것 같아. 나는 알거든.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해 내고 싶어 하는 네 성정을 말이야. 그걸 가장 쉽게 해내는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고. 고등학교 때 그래봤으니까 알아. 사실 지금도 그렇고 말이야. 미래의 당신도 여전히 그럴 것이라는 건 눈 감고 봐도 뻔한 사실일 테지. 그래, 과탑은 해봤어? 가볍게 물어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이거 굉장히 궁금해. 대학생이 되어서 꼭 하고 싶었던 일 중에 ‘과탑’ 되기도 있으니까. 아마 미래에 이걸 받아본다면 헛된 꿈이었다고 실소를 지을지도,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직접 확인해 보라 할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후자이길 바란다. 나는 내 안의 가능성을 믿는 편이니까. 그리고, 내가 한 번 얻고자 한 것은 꼭 얻어야 풀리는 성정이라는 걸 당신은 알잖아. 조금은 기대되는걸.

 사실 궁금한 건 참 많아. 나는 대학교 때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참 많은 사람이니까. 짧다면 짧은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얼마나 이루고 또 얼마나 새로 써 내려갔을까. 얼마나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어떤 경험을 함께했을까. 지금 당신에게 하고 싶은 물음으로만 이 편지를 채워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그래서 나는 질문 대신에, 미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해.

     

 우선, ‘강박’이라는 단어에서는 조금 벗어났길 바라. 알다시피 얻고 싶은 건 얻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성격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를 죽여오곤 했지. 위에서 말은 과탑을 해봤길 바란다라고 했지마는 사실 또 그렇게까지 자신을 밀어붙여서 얻어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이제 조금은 덜어내는 법을 배울 때도 되었으니까.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 방전되는 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기를.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거나, 완벽해져야 한다는 그 강박을 조금은 털어내고 안온하기를 바랄게.

 다음은 후회가 없는 선택을 하며 사는 것. 물론 당신도 인간이기에 때로는 후회하겠지. 당연해.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일이야. 하지만 내가 말하는 후회는 괜한 두려움에 선택하지 못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거야. 지금까지의 나는 내 심장이 원하지만, 뒤에 닥칠 일이 두려워 뒤돌아선 적이 많아. 그리고 항상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곤 했지. 사실 내가 걱정했던 일들은 그렇게 별일도 아니었는데 괜한 마음에 먼저 포기해 버렸다고 말이야. 나는 1년 뒤의 당신이 이러한 작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스스로의 앞길을 막아버리지 않았으면 해. 정말 당신이 하고 싶고,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 너무나도 아쉬워할 것 같다면 그냥 해버리는 사람이 되어 있어 줘.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고 후회하는 게 더 나은 일이라고들 하잖아. 아직 현재의 나는 그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꽤 어려워. 하지만 1년 뒤의 당신은, 그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기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도 지금부터 조금씩 노력할 테니까 말이야.

     

 이 두 가지 외에는 딱히 더 기대하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아. 저 두 가지가 지켜진다면 그 뒤로 딸려 오는 다른 가치들이 많을테니까. 그 많은 가치들을 품에 안고 성장한 멋진 사람이 되어서 지금의 나를 기다려줘. 당신을 만나기 위해, 그렇게 성장한 당신이 되기 위해 나도 열심히 발돋움 하고 이 서강에서 스스로를 키워나갈 것을 약속할게.

 1년 뒤, 이 편지를 받는 순간에 정말 그렇게 되어있기를. 잔잔히 웃으며 1년 전의 나를 회상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약속을 만들기를. 그러면 그때까지, 이만.

     

2025.04.29.

-과거의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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