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서강이에게
안녕 서강아? 나는 2022년 서강이야. 우선 삼수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이 맘 때 나는 명문대에 합격해서 축하한다는 말보다, 고생했다는 말을 더 듣고 싶어했던 것 같아. 결과보다 과정을 봐주는 분들에게 더 감사함을 느꼈고.. 삼수가 진짜 힘들긴 했다 그치? ㅋㅋㅋㅋㅋ
정말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처음 입학하고 OR 다녀오고 그랬던 게 생각나네. 입학 전에 늦은 나이에 입학해서 학교 적응 잘 할지도 걱정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고 참 많은 걱정 했었는데.. 지금 너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겠지?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다는 설렘과 기쁨 그리고 두려움이 공존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
음 아마 2014년 1월이면 서강이 꿈은 확실히 정해졌겠네? 예능PD하고 싶지? 수험생 때 예능 보고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던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꿈을 가졌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었어.
그 순수한 마음, 열정으로 대학 생활 정말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 과정에서 마음에 잘 맞는 사람들도 만나고, 뜻 깊은 경험도 많이 하고, 정말 많이 배웠지. 다시 생각해봐도 서강대에서 서강이 제일 너는 행복했어.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사람에 상처 받고, 하는 일이 잘 안 되서 슬퍼하고, 벅찬 공부를 하며 좌절도 많이 했지. 서강대에서 안 좋았던 일을 생각하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참 안타깝기도 해.
알겠지만 예능 PD 되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아. 너 준비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도 많이 받게 될 거야. 스터디하러 가브리엘관에 가는 길이 정말 지옥 같고, 스터디는 발가 벗겨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할 거고.. 노력하려고 하는데 노력하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렵고, 밤새서 노력했는데 왜 실력은 늘지를 않는지.. 최적의 계획을 세워서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 계획이 틀어져 갈 때, 계획이 틀어지는 게 내 나태함이 아닌 능력임을 알았을 때 참 힘들더라. 아직도 시험장에서 나올 때 그 좌절감은 잊혀지지가 않아. 너 수험생일 때 잠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잖아? 근데 웃기게 취업 준비를 할 때는 불면증 생긴다? 평생을 잠이 많아서 고민하다가 잠이 안 오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러더라.
‘모든 경험은 다 의미가 있다. 그러니 매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고 즐기고 느끼자’
삼수가 끝나고 성적표 보면서 이런 생각했었지. 너가 지금 한 그 생각처럼, 너 그 힘듦을 경험하면서 조금은 더 성장하며 나은 사람이 됐어.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발전하고 단단해지기도 했고. 이 생각은 아직도 내가 좌우명처럼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기도 해.
너가 예능PD를 꿈꾸며 가브리엘관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과 그 추억, 신문방송학을 배우면서 개발하게 될 너의 능력은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값져. 예능PD를 준비하지 않아서 이런 것들을 몰랐다면 지금의 나는 정말 슬펐을 거야. 서강대에서 시간들은 너의 꿈을 위한 시간이면서, 너의 인생의 동반자들을 만나는 시간이자, 너를 더 빛나게 만들어 줄 순간들이야.
그러니 서강아, 마음 단단히 먹고 어려움들 잘 헤쳐나가 보자. 너가 생각한 것보다 현실은 더 차가울 거야. 더 냉정하게 너를 평가할 거고, 훨씬 잔인하게 너를 대할 거야. 근데 뭐, 삼수까지 독학으로 했는데 그 정도 못할 게 뭐가 있겠어? 항상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가지고 나를 더 믿어주자. 그럼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나는 2014년의 나를 믿어. 그리고 2014년의 너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아, 그래서 서강이 너 지금 예능PD 됐냐고? 그건 말 안 해줄래. 한번 열심히 해봐. 서강대에서의 순간을 즐기고 온전히 느끼면서 성장하길 바라.
고생한만큼 행복한 순간들이 너 앞에 펼쳐질 거야. 서강대에서의 시간, 기대해도 좋아. 그리고 이런 말 처음 해보는데. 사랑해 서강아.
음 어색하네.. 그럼 이만 줄일게!
2022년 추운 겨울 어느 날
서강이가
ps) 아 서강아 너 힘들 때 가끔 로또 천원씩 사잖아. 그거 사지 말고 차라리 과자 사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