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일단 도전해봐!
- jikim001
- 9월 17일
- 2분 분량

(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안녕! 나에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서두를 떼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스물둘의 너야. 편지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종종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해주었지만, 정작 나에게는 늘 엄격하기만 했다는 사실을 편지를 쓰는 지금에서야 깨닫네. 앞으로는 남들과 비교하며 채찍질하기보다는, 너를 기준으로 두고 어제의 너보다 오늘의 네가 성장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개강 첫날 대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 찬 발걸음으로 등교했던 것과는 달리 잔뜩 우울해져서 기숙사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친구를 사귄 건지 나만 빼고 모두 즐거워 보여서 등교 첫날부터 학교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기졸업 요건을 찾아봤었지. 부모님께 걱정 끼쳐 드리기 싫어서 애써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지만 사실 슬픔에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는 것도 힘들었어. 당장에라도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지만 나름의 자존심 때문에 꾹 참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작 하루 만에 뭘 그리 낙담했는지 웃기기도 해. 스물둘의 나는 일찍 졸업하는 게 싫어서 언제 휴학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 다행히 좋은 동기들도 사귀어서 나름대로 즐거운 추억들도 쌓았고!
그래도 1학년 때를 돌이켜보면 학교생활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더라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과정도 그저 지치고 힘이 들더라. 나만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벅차기도 하고 괜히 위축되는 거 있지. 신입생 때 “희로애락”이라는 사자성어를 되뇌이면서 스스로를 자주 위로하곤 했던 것도 생각난다. 인생이 늘 즐겁기만 할 수도, 늘 슬픈 일만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잠깐의 행복했던 시간이 끝나고 혼자 있을 때 밀려오는 공허함을 정말 싫어했거든.
이제 와서야 드는 생각인데, 그때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서 그랬던 것 같아. 지금의 나는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해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순간조차도 설레고 들뜬다? 최근에는 혼자 여행도 다녀왔어. 믿기 힘들지. 인생은 계속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끝없는 여정이기도 해서, 혼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귀중한 순간이더라고. 지금의 너는 이 말이 별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미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스무 살의 너는 생각보다 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 그리고 여러 일을 겪고 경험하면서 가치관이 변하고 심지어 취향까지도 변하더라. 그러니 자신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너를 무형의 틀에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무살인 너에게 나는 ‘무엇이든 일단 도전해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걱정이 많고 자신감은 부족해서 늘 도전을 주저했는데, 나중에는 그때 그냥 해볼 걸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고. 무슨 일이든지 차라리 직접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더라.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행복은 몸에 좋지만, 정신의 강인함을 발달시켜주는 것은 바로 슬픔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견뎌주었으면 좋겠어. 단단한 나무도 여린 새싹이던 시절이 있었듯이, 현재 너의 연약함과 이로 인해 받은 상처들 또한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 겪는 중간 과정일 뿐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꼭 기억해줬으면 해. 때때로 삶이 너무 벅차게 느껴지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보는 것도, 주변 사람들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너에게 조언의 편지를 쓰는 나조차도 사실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 그래서 이 편지는 너에게 쓰는 응원의 글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이기도 해. 조금은 무모할지라도 괜찮아.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중요한 것은 행복을 잃지 않고 너만의 속도대로 향해가는 거야. 어리숙하지만 그 자체로 빛나는 스물의 청춘을 보내길!
스무 살의 너에게 스물둘의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