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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은 늘 같은 자리에 있더라고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가장 뜨거운 시기를 보낼 3월의 종수에게


대학은 어떤 곳일까? 고등학교 내내 대학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았지만 정작 대학이 뭐 하는 곳인지,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저 고등학교 생활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네.


가장 먼저 너무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너의 노력으로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거니까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어. 새내기 환영회와 OT를 만끽했다면 그 분위기 그대로 3월의 서강을 맞아도 좋을 것 같아. K관 강의실에서 교수님을 만나 뵈며 드디어 대학생이 됐다는 거를 실감하면서도, 지정 좌석과 수업이 끝날 때마다 울리는 종소리에는 익숙함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점심시간이 되면 동기들과 지도를 짚어가며 맛집들을 찾고, 근처 카페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 심심할 때는 섹션 방에 들어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그날 바로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야!


우리 학교는 MT 시즌을 마친 뒤 봄에 특히 예쁘니까 그때는 청년광장에서 사진 많이 찍어놓면 좋겠어. 시간이 지나 시험 기간이 되면 도서관에 가서 동기들과 같이 공부를 하다 밤공기를 맡으며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라. 아, 그리고 축제는 재미없다는 소문에 비해서는 훨씬 재밌으니까 꼭 참여해 보면 좋겠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에게 새내기 시절은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기’였던 것 같아.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그 가운데 실수가 있더라도 ‘새내기니까’하고 넘길 수 있었어. 덕분에 부담 없이 많은 걸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지금도 곱씹을 수 있는 기억들을 가질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어.


물론 모든 경험과 기억이 좋았던 거는 아니야. 어떤 일은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됐던 것들도 있어. 유난히 무언가에 홀린 듯, 누군가를 찐하게 짝사랑했던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어. 달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하루에 두통약을 8알 먹을 정도로 맵고 시큼했어.그렇지만 인생은 상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니까 이 모든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직접 느꼈으면 좋겠어. 모든 게 새로운 새내기니까.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언젠가 종수 너는 무언가를 대표하는 일을 맡게 될 거야.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어느 순간 직접 발로 뛰고 있는 너를 볼 수 있을 거야. 부탁이 있다면, 그 일을 잘 했으면 좋겠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한순간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거든. 호기롭게 시작한 일로 인생이 크게 바뀐 것 같아. 그렇기에 그 일을 정말 치열하게 하기를 바라.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은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 그래. 사람들과 더 자주 이야기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 그 가운데서 결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은 사람이라는 걸 실감하는 날이 오면 한 번 성장하는 시점이 될 것 같아.


그리고 정말 놀라운 사실을 말하자면 3년 뒤 너는 졸업도 하지 않고,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채, 지금 꿈꾸는 분야와 다른 회사를 2년째 다니고 있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된 거냐고는 묻지 마. 그냥 살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밖에 말을 못 하니까. 그러니 그전까지 대학 생활을 잘 경험해야 할 거야. 퇴사한 뒤에는 나이를 꽤 먹은 채 학교를 다니게 될 터이니.


그래도 덕분에 줄 수 있는 팁이 하나 생겼어. 바로 대학생과 회사원의 차이야. 내가 생각하는 둘 간의 차이는 ‘언제 답을 줘야 하는가’야. 회사원은 일이 일어나고 나서 즉각적으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 대학생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누군가 “그 시기 동안 무엇을 했니?”라고 물었을 때 답을 할 수 있으면 나름 훌륭한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생각해. 학기 중이든, 휴학을 하든,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 시기를 다채롭게 채우고 시간이 지났을 때 답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러니 지금 그 시기에 어떤 것이든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하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다시 처음 질문. 대학은 어떤 곳일까? 진리의 상아탑? 아니면 취업 양성소? 정답은 없지만 나는 대학이 버팀목이라고 생각해. 내 인생은 서강에 오기 전과 후로 나뉘어. 서강에 와서 만난 사람들, 해온 경험들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완성시켰다고 생각해. 덕분에 공부밖에 할 줄 몰랐던 어린 학생이 이제는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어. 물론 때로는 엇나갈 때가 있고, 가끔은 도망칠 때도 있어. 그런데 서강은 늘 같은 자리에 있더라고. 아직도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학교에 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서강을 버팀목 삼아 재미있게 살다 보면, 언젠가 대학을 넘어 새로운 곳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설렘과 환희로 찬란하게 빛날 앞으로의 너의 서강에서의 청춘을, 열심히 응원할게 종수야.


2023.02.26. 24살 2년 차 직장인 종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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