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안녕 선우야.
긴 재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즐거움 속에 캠퍼스 라이프를 기다리고 있을 너의 모습이 상상이 되네. 가끔 너의 생각과 기분이 궁금해서 일기장을 들여다보곤 하는데, 쉽사리 떠올릴 수가 없다. 너는 지금의 나와는 정말로 다른 사람일 테니까.
아마 지금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제일 궁금하겠지? 재수할 때부터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너니까 말이야. 뭐랄까....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이 성장했어. 자세히 다 말해주면 조금은 재미없을 테니까, 지금부터 대학에서 겪었던 일을 몇 개 말해주려 해.
먼저, 네가 있을 공간은 정말로 좋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을 거야. 기대해도 좋아. 섹션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과 사람들, 그리고 네가 들어갈 동아리와 학회 사람들까지.... 네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좋고, 다정하고, 생각이 건강한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은 고등학생일 때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서 고생했던 내게 큰 힘과 기쁨이 되어줬고, 때로는 큰 위로가 되기도 했어. 지금도 우울하거나 사람이 고플 때면 언제나 그 사람들을 찾곤 해. 네가 곧 마주할 사람들, 절대로 놓치지 마. 특히 죽방 친구들! 내게는 진짜 소중한 인연이고 앞으로 네게도 잊지 못할 인연이 될 테니까. 그 친구들이 너에게 베푸는 만큼, 너도 그 친구들에게 그 이상으로 보답해줘.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두 번째, 군대는 걱정 안 해도 돼! 괜히 안 쫄아도 괜찮아. 정말이야. 막연히 두렵고, 가기 싫고, 그 안에서 보낼 2년이라는 시간이 마냥 낭비인 거 같고 그럴 테지만,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사실 나도 요새 그런 생각을 하곤 해. 과연 내가 남자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만약 군대에서의 2년이라는 공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발전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맞아. 아쉬운 건 사실이야. 그런데 돌이켜보면, 공군에서 보냈던 2년 역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어. 너무 힘들어서 종종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도 했지만, 그 시간조차 내게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 운이 좋게도 그 안에서도 진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 미친 소리 같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가끔은 돌아갈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렇다고 진짜로 너 대신 갈 생각은 없으니까 열심히 하렴. ㅋㅋㅋㅋㅋㅋㅋ)
세 번째, 두려움을 줄이고 기꺼이 도전을 해봐. 너도 경험해봤겠지만, 두렵고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결국은 그리 압도적이지 않았을 거야. 당장 수능도 두 번이나 쳐보니 어때?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잖아. 앞으로 네 앞을 가로막는 과제들이 많을 거야. 학과 공부가 될 수도 있을 거고, 우리의 평생 숙원이었던 영어 공부일 수도 있을 거고, 연애나 취직 같은 인생의 퀘스트가 될 수도 있겠지. 아! 그리고 당장 군대가 있겠구나. 그런데 앞에서 내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나고 보니까 결국은 할 만하더라고. 그 장애물을 온몸으로 부딪혀 부수는 그 순간에는 참을 수 없이 아플 때도 있을 거야.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순간도 있을 거야. 하지만 괜찮아. 생각보다 넌 그걸 잘 버틸 수 있어. 그것도 잘. 넌 충분히 능력 있고 괜찮은 사람이니까, 하루하루의 과제에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뻥 아니고 진짜다.
그리고 이건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인데.... 너를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에게 절대 상처 주지 마.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나도 모르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적이 너무나도 많았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서 정말 소중한 사람이 떠나게 만들기도 했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언제나 행복하고 잘 되기를 바랐는데, 그런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게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정말 참을 수 없이 괴롭더라. 비록 나는 그런 과오를 저질렀지만, 너는 절대로 그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떠나간 그 사람이 아프지 않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 사람을 잃고 나서야 후회를 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하니까.... 이건 절대로 잊지 마. 좋아한다면, 표현해줘. 상대방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줘. 제발.
네가 지금의 나에게 이르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사건을 겪어야 할 거야. 처음 보는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야 할 거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상처도 받겠지만, 말했던 것처럼 진짜 소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거야. 기대해도 좋아.
내가 너의 모든 고민을 덜어줄 수 없겠지만.... 이렇게 보내는 메시지로 너의 질문 중 일부라도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너를 가장 아끼는 사람은 너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그럼 잘 지내. 늘 그랬듯 언제나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