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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의 새파랗던 너에게

  • jikim001
  • 9월 17일
  • 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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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신입생의 새파랗던 너에게.


어이가 없지? 설렘은 1년 만에 사라졌어.

너는 변했어. 한편으론 변하지 않았어.

과거에 겪었던 불행들이 볼 만하게 나열되지. 하나의 갈등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또 하나의 갈등이 생겨나지.

지금 네 모습은 어때? 저런 모습은 아닐테지, 라며 비웃고 지나갔을 여자가 너무나도 거울속에 비친 너일때.

그걸 알았을때 넌 어땠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취업난에 불안에 떨고, 학점에 네 목숨이 달린 것처럼 구는데 곁을 보니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전부 너를 빼고 웃고있잖아.

남자친구가 생겨도 외롭다는 건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착각과 쾌락에 빠져살던 새내기가 지나버렸어, 너의 회피와 감각의 잦은 마비를 돕던 미디어가 이제 없으니 불안은 생생히 내게 다가와.

아무 소득 없이 믿기지 않게 바쁘다가도 어느 순간엔 지독하게 외로운 혼자가 돼.

네가 변했고 또 아아주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롭겠지.

뭐든 될 수 있을거라고, 세계여행을 할 거라고, 새로운 기업을 세울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너. 생각보다 그게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렸어, 그뿐이야.

밥 친구를 구하지않아, 혼자 밥을 먹으면서 GPT랑 대화해.

행복의 총량은 어느 때나 비슷한 법이라 파괴적인 불안이 가시면 기쁨이 막 날뛰어.

그런데 불안이 가장 부지런하고 유능한 바람에 그 친구는 금세 다른 불안과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일거리들을 가져오지.


걱정하지 마.

넌 여전히 경박하게 웃어.

가끔씩 가짜 미소도 지어주고, 찌질해.

또 투명해. 사람들에게 지쳐서 인류애는 좀 떨어진 편이야. 전처럼 고양이에 미쳐 있지도 않아. 더 보수적이야.

그런데 아직도 지브리를, 노을이 지는 순간을, 여름의 밤공기를, 하천에서 나는 썩은내를, 진심 어린 대화를 사랑해.


너로 사는 건 가끔 고단하고 더 자주 행복한 일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그건 변치 않을 사실이야.

몇 번을 반복해도 나는 늘 같은 선택을 할테니.

똑같은 실수와 위선을 반복하겠지.

삶이 주어졌든 아니든, 참 수고 많다.

나의 몸과 정신아.

그냥 이 말만 해주고싶네.

모든 건 이미 모든 것들이 되도록 되어있다.

마크툽.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데 더 이상 아는 척하길 관둔 2025년의 C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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