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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우 다르나 또 매우 비슷하거든요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친애하는 J,


이런 계기로 당신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20살 당신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이 편지는 존댓말로 쓰고자 합니다.


저는 2023년, 32살이 되었습니다. 많이 놀라셨지요? 지금은 내 인생에 30이라는 숫자가 오기는 오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린 지금, 20살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줄 만한 사람이 되었는가 한다면 …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그러면 어떡하냐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굳이 변명해본다면 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을 말씀드려봐야 할 듯합니다: ‘개미는 개미처럼 살아야 성공한다하고, 베짱이는 베짱이처럼 살아야 성공한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터라 그 길에서 좋은 아웃풋이 나왔다면, 그 방법을 강조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그 길만이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로버트 프로스트도 말했잖아요.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거라 여기면서요.”라고 말입니다. (영문과라 질리게 영시를 읽을텐데 여기서도 써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번역 버전을 활용했으니 용서해주시겠지요?)


아주 다행히 저는 지난 10년을 아주 치열하게 살았고, 당신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매우 다르나 또 매우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그 길이 어땠냐 물으신다면, ‘후회가 없다’는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쉬웠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 입었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도 수차례 느꼈습니다. 시련과 아픔 따위 없는 평탄한 인생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참 큽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를 아주 깊이 들여다보며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력’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그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느리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선 본인의 페이스를 찾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요. 무엇보다 다시 원 상태로(혹은 더 나은 상태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주 조금씩 짧아지게 될 것이고, 일주일 내내 당신을 힘들게 했던 그 무엇이 당신을 더 이상 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이르게 될 것입니다.


아, 한가지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체력’을 기르십시오. 20대 때는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30대가 되니 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몸으로 오더라고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덩달아 약해집니다. 당신을 지탱하고 있던 자존감, 자신감도 깎여 나갈 수 있습ㄴ다. ‘이 중요한 시기에 타이밍 못 맞추고 아파버리는 몸뚱이라니! 내가 이 몸에 갇힌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니!’ 하면서 말이에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라 무려 숫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 제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든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의문, 의심, 불만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몸이 ‘하나’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니, 짧은 시간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면 다양한 수단은 활용해보세요. 그것은 책일 수도, 다른 사람일 수도, 온라인 강의일 수도 있겠습니다. 불행히도 노력하는 자가 항상 더 많은 성취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노력하는 자가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될 수는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떤 소중한 기회가 단단하게,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자유이겠지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면서 말이 길어졌지요? 나이가 들면 주저리주저리 해주고 싶은 얘기가 생겨나나 봅니다. 그래서 마지막은 조금 확언적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어리고 연약한 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존재한다는 것 말입니다. 당신이 잘못된 선택을 할 때에도, 남들보다 돌아가는 것처럼 느낄 때도, 본인의 능력으로 안 되는 일이라 느끼며 포기할 때도, 10년 후의 제가 늘 옆에 있어 드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오롯이 혼자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진득한 외로움을 느낄 때, 당신 곁에 미래의 제가 함께라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조금은 힘이 되셨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굿데이! (조금 신세대 같았죠?)

Sincerely,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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