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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독백

  • jikim001
  • 25분 전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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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잘 지내고 있니?

이 편지를 쓰는 나는 스물다섯의 봄, 인생의 어딘가에서 잠시 멈춰 선 채 너에게 말을 건네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삶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선택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어. 너도 알고 있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른 채 달려오느라 참 힘들었잖아.


생각해보면 그랬어. 늘 무언가를 따라잡기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왔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누군가는 쉬워 보였을지 모르지만, 너는 늘 치열했어. “잘해야 해”라는 말에 갇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잖아. 성적, 비교, 기대… 그런 것들 속에서 진짜 ‘나’를 들여다볼 틈이 없었던 것 같아.


경제학과라는 이름 아래 지내온 시간도 마찬가지였지.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가슴 뛰는 순간이 있었는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어. 어느 순간, 너는 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여기까지 왔으니까’라는 이유로 버티고 있었잖아. 그 불안과 공허함 속에서, 너는 몇 번이나 밤을 지새웠는지 나도 알아.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지. 결국 너는 결심했어. 더 이상 남의 기대에 맞춘 삶이 아니라, 비로소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길’을 걷기로. 그렇게 7월부터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잖아.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오롯이 너의 선택이었기에 그 자체로 의미 있었어.


그 시작점에 선 지금, 너는 잠시 멈춰 여행을 떠나려 해. 아마도 마지막일지도 모를 자유로운 20대의 한 조각. 그래서 더 간절하게 떠나고 싶었던 거겠지. 수많은 도시들 사이, 너는 아주 먼 곳을 골랐어. 모로코의 메르주가, 그리고 그곳의 사하라 사막.


왜 그곳이었을까?아무것도 없는 곳. 휴대폰 신호조차 닿지 않는 그 고요함 속에서, 너는 처음으로 세상도, 사람도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게 될 거야. 넓고 끝없는 모래 언덕 위에 앉아, 해가 지고 별이 뜨는 그 순간에 너는 깨닫게 되겠지.그동안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를.얼마나 많은 걸 견디고, 외롭고, 조용히 울었는지를.그럼에도 여기까지 와준 자신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을 느끼게 될 거야.


사막은 말해줄 거야.그대로도 충분하다고.누구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너는 너라는 이유만으로 소중하다고.

앞으로의 1년이 얼마나 거칠고 고된지 우리는 알 수 없어. 아마 시험 공부는 버겁고, 하루하루가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할 수도 있어. 때론 포기하고 싶은 날도 오겠지. 하지만 그때마다 오늘을 기억해. 이 여행을 결심했던 너의 마음, 사막에서 바람을 맞으며 다짐했던 너의 용기.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너를 지탱해줄 거야.


그러니, 언젠가 이 편지를 다시 읽게 된다면 꼭 기억해줘.너는 절대 쉽게 살아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갈 거라는 걸.때로는 울고, 무너지고, 흔들릴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꺼지지 않는 너의 의지를 나는 믿어.그러니 너도, 너 자신을 꼭 믿어주기를.


2024년 4월 9일 김지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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