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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만 찾느라 새로운 가능성들을 충분히 탐구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안녕, 3년 뒤의 네가 쓰는 편지다.


서강대에 온 걸 축하한다. 재수하느라 고생했다. 1년 동안 수능 공부해 놓고 정작 학교는 수시 전형으로 붙은 건 좀 허무하지만, 그래도 재수해서 서강대에 온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처음 서강대에 와서 네가 행복해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공강 시간에 혼자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서강대 학생이라니!’ 하며 만끽했던 그 행복감은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그렇게 좋아했던 것 같다.


4학년을 맞이하는 지금, 1학년의 네게 편지를 쓰는 건 네가 그 행복을 통해 조금 더 좋은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후회하는 것들에 대해 조언하려고 한다. 꼰대 같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솔직히 너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할 거다.


조언에 앞서 네가 정말 잘한 일 하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바로 대학교 4년 간의 목표를 세운 거 다. 너는 졸업 전까지 네가 이루고 싶은 일들을 이것저것 적어뒀었다. 솔직히 못 이룰 것 같은 목표도 있었다. 놀랍게도 졸업까지 1년이 남은 지금, 나는 그 목표들을 거의 다 이루었다. 물론 너무 모르고 세운 목표도 있어서 중간 중간 수정을 가하긴 했지만, 그건 여기선 모른 척해주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진부하면서도 생소한 이 말, 바로 네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진다는 거다. 과거에는 ‘믿었던’ 그 말을,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네가 목표를 세우면 그걸 이루기 위해 실천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적다. 네가 세운 4년 목표 중에서 내가 매번 실패하던 사소한 목표 하나는 매일 운동하고 책을 읽는 거였다. 둘 다 너무 재미없고 싫어서 이건 정말 불가능할 것 같았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둘 다 매일, 심지어 즐기면서 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냥 내가 그걸 매일 했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너무 단순한 거였다.


내가 해주고 싶은 첫 번째 조언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실천하라는 거다. 어렵다고 고민하지 말고,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대지도 말자. 네 대학교 로망 중 하나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재밌는 책을 읽으며 유유자적하는 거였다. 그거 하나를 항상 바쁘다고 못하다가 며칠 전에 로욜라 도서관에서 정말 해봤다. 왜 이제야 했나 싶었다. 시간이 너를 굴리는 게 아니라, 네가 시간을 굴리는 거다. 네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너는 그것 때문에 바빠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3학년 봄에 ‘공감의 시대’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우리 팀은 각자가 가진 고민에 대해 하루 종일 고민해 보는 프로젝트를 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의 도움으로 양양에 있는 피정의 집에 가서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산속이라 생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네가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고민해왔던 나의 진로에 대해 생각했다. 워낙 오래된 고민이라 사실 거기에 간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보낸 3일 동안, 나는 내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 달았다.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꿈이 없다고 불평해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정말 답을 찾으려고 그때처럼 시간과 정신을 온전히 집중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수업을 계기로 나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관찰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나는 이미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항상 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수년 동안 고민했던 건데, 진짜 고민을 한 적은 없던 거였다. 그러니까 네가 하고자 하는 일, 해결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정말 네 마음과 정신을 집중해서 그 일을 실천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너는 어릴 때부터 항상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학기 중에도 대부분을 공부하면서 보냈고, 방학 때도 취업 관련 공부를 하곤 했다. 수고했다. 그런데 난 그게 후회된다. 공부한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들을 왜 하고 있는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시간만 쏟은 게 후회된다. 동아리를 고를 때도, 방학 계획을 세울 때도 네 마음속에는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취업에 도움이 안 되니까, 혹은 네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마음을 모른 척했다.


1학년 첫 학기에 들었던 한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말씀하셨었다. 새로운 곳에 가보고, 하고 싶은 일들을 이것저것 해보면서 세상에 대해 배우라고. 그땐 꼭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익숙한 길만 찾느라 새로운 가능성들을 충분히 탐구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도전하기에 최적인 대학이라는 환경에서 왜 내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의미 있는 일에 쏟지 못했을까.


물론 나는 남은 1년을 그렇게 보낼 거다. 하지만 너는 앞으로의 4년을 그렇게 보내길 바란다. 너는 지금 대학교 1학년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네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해보고, 실패할 것 같은 일에 용기 내보자.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두 번째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조언은, 네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거다. 앞서 말한 것 들을 포함해 네가 공부하고, 일하고, 돈을 버는 모든 일들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난 가끔 그걸 잊고 거꾸로 사람을 버리고 일을 택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네가 남긴 일의 성과가 아니라,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청년광장 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동아리 선후배들과 밤늦게까지 같이 작업하던 시간들이다. 지금 네 눈앞에 있는 사람들, 너에게 집중해 주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마음을 다해서 보냈으면 한다.


내 조언들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꼭 말해주고 싶다. 너는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다 해낼 거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자. 네가 생각한 미래는 너의 현재가 될 테니까. 네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들을 매 순간 온전히 누리길 바란다.

서강에서의 시작을 응원하며, 3년 뒤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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