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안녕, 한창 새내기라고 들떠 있을 한서야!
지금 쯤이면 꿈에 그리던 대학교 생활을 눈앞에 두고 설레어 하고 있겠다. 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마 신해철 선배님의 ‘그대에게’를 귀가 터지도록 들으며 가슴 벅차하고 잠 못 이루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좀 웃기고 슬프다. 코로나 학번에다가 너가 고등학교 때 이 악물고 공부해서 이루고 싶었던 목적 중 일부가 사라지게 되어버릴 거라서. 지금도 참 씁쓸하지만 ‘뭐 어쩌겠어?’하는 생각으로 묵묵히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있단다!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서강대에 3년 동안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질 않아. 주위에는 나보다 훨씬 대단한 학우님들과 교수님들이 수두룩하거든. 이 사실이 새내기인 너에게는 자랑스럽다고만 여겨질 수 있는데, 곧 너의 마음을 굉장히 무겁게 하는 원인이 될 거야. 왜냐하면, 너는 그 높은 대학 입시 장벽을 넘어선다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걸 해냈으니 최고로 자존감이 치솟을 테지. 주입식 교육과 차원이 다른 대학 공부들, 그리고 꿈과 현실의 괴리를 직접 부딪혀보지 않은 직전엔 말야. 앞으로 여러 가지 대학 공부를 하면서 너는 너에 대한 회의감과 좌절감으로 휩싸이는 상황들이 발생할 거야. 그렇게 마음 아파 할 너의 모습은 지금의 내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지만, 충분히 너의 마음을 바꾸기만 해도 아마 지금의 나의 모습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너가 그 상황에서 힘든 너의 마음을 먼저 인지한 다음, 미래만 바라보지 말고 현재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보며 절대 너의 상태를 단정하지 말고!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고 앞으로의 길이 안 보이는 그 상황에서 계속 안 보이는 미래를 걱정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열등감이 생겨버려서 결국 너는 세상에서 너 스스로를 고립시킬거고, 충분히 잠재력이 많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잠재력을 없애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 스스로가 되어 버릴 거야. 나는 너가 세상의 기준에 목 매여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이 퍼다가 너를 키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세상의 기준에만 따라 살려고 할까. 그냥 너는 너의 길만 따르면 돼. 너가 그렇게 초기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걸 거꾸로 생각해봐. 앞으로 시간이 넘쳐 흐를 너에게 지금 초기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건 앞으로 여러 가지 색깔들이 다채롭게 그려질 수 있는 빈 캔버스의 상태가 된 것이라고 너의 가능성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걱정하지 마 너는 커다란 계획 속에 너를 이끌어줄 힘이 있고 그 계획을 멋지게 수행해 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너 자신을 향해서 채찍질만 하지 말고 앞으로의 길이 안보일 땐 현재 너의 모습에 집중해서 당장 무엇을 생각하고 할 수 있는지 조급해 말고 차근차근 생각해봐. 분명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너의 욕심이 그걸 가리고 있어. ‘때가 올 때를 기다려라’ 이걸 꼭 명심해!
또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에게 주어진 일들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분명 내가 봤을 때 너는 너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겼을 때 우선 겁부터 내고 부담감이 생겨서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야. 근데 내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세상은 너를 키워주지 않고 미래만 바라보지 말고 현재를 바라봐 봐. 분명 너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능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한 두 가지씩은 주어질 거야. 너무 겁내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너의 능력을 믿고 당당하게 한번 질러보길 바래. 아직 짧긴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나에게 울림을 줬던 말이 있어. ‘당장은 하기 싫지만 결국엔 나에게 남는다.’ 이것도 꼭 명심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할게! 점점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너는 너 상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거야. 학창 시절 이후 처음으로 어른의 품에서 벗어나 이것저것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되다 보면 너의 몸 조차도 관리할 힘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만큼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 너가 서강대라는 큰 수확을 얻을 때까지, 다양한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때까지 너 혼자만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모두 너의 곁에 있어줬기에 다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니까 그 은혜에 적어도 감사한 마음은 꼭 가지고 생활 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모든 일들, 게다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쉬는 것 조차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고 값지고 행복하게 느껴질 거야. ‘익숙함에 속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 말 명심하기!
서강대에 합격한 한서야 진심으로 축하해.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한 너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도 초심으로 돌아가 많이 행복해진다. 쉽지 않은 길들이 너에게 수없이 펼쳐지겠지만, 그 길 끝에는 결국 한없이 멋있는 너가 서 있을 테니 기죽지 말고 너를 믿고 차근차근 걸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너를 믿어 파이팅!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너가 명심해 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 ‘ 절대 1월 25일에 의정부 가지 말 것!’ 골치 아픈 전염병 때문에 감금 생활하며 이 글을 쓴다. 아무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