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새내기인 서강이에게
서강아, 잘 지내고 있어? 난 22살의 서강이야. 내가 곧 너이고 네가 곧 나지만, 나는 너와는 다른 시간대에서 조금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어. 네가 코로나 19라는 환경 속에서 많이 위축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거 같아서 어려운 시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렸던 나의 경험과 그때의 감정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면 좋을지 함께 얘기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 먼저, 서강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외롭고 힘든 시기를 묵묵하게 견뎌낸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이제는 대학교에서 네가 그동안 관심 가졌던 일들을 다양하게 해보면서 너라는 옥석을 잘 다듬어나갔으면 좋겠어. 나에게 지난 1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어. 10대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던 수능이 끝났지만, 새롭고 어려운 시험들의 연속이었지. 이 편지가 앞으로 네가 마주하게 될 1년을 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가 좀 더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서강대학교에서 보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부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알다시피 나는 고등학교 때 물리학 공부를 하지 않고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어. 화학공학과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학 계열은 물리학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고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것은 총을 두고 전쟁터에 나간 격이었지. 대학교에는 이미 물리학을 공부한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거의 백지 상태였던 나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버거웠어. 만약 내가 새내기 때 물리학 공부에 좀 더 공을 들였더라면 전공과목을 보다 수월하게 학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 영국의 저명한 사업가 켈리 최는 식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선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는 깊고 단단한 뿌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어. 물리학과 같은 전공 입문 과목이 당장 열매를 맺어주진 않지만, 전공 과목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의 뿌리를 길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학구열이 강한 서강대학교에서 공부로 꽤나 고생했지만, 고생한 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중한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 다양한 지역구에서 모인 대학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도 갖고 비대면 축제에도 참여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어. 하지만, 코로나 19라는 환경이 전반적으로 대학 생활을 위축시킨 건 사실이야. 대부분의 활동들이 비대면이었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적이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직된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서 참여해보았더라면 더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나는 서강대학교에서의 지난 1년 동안 공부, 활동 면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두고두고 아쉬운 것 같아. 그래도 지난 1년은 나를 많이 성장시켰던 거 같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가치들이 몇 가지 있어서, 그 얘기를 지금부터 해보려고 해.
먼저,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보았으면 해. 사실 나는 20대 초반에는 돈을 벌기보다는 필요한 공부에 몰두하여 내 실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 그래서 아르바이트는 뒷전이었고, 학기 중에는 학교 공부를, 방학 기간에는 공인 어학 성적과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에 몰두했었어. 아쉬운 생각이었어. 공인 어학 성적이나 자격증은 단기간에 취득이 가능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얻어가는 경험들, 적은 돈이라도 자신의 지출을 절제하고 소득을 관리할 줄 아는 습관은 절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 가치들이었거든. 아르바이트를 통해 기를 수 있는 실무적인 경험들 예컨대, 순간 대처 능력과 여러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건전한 경제관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너의 삶에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 다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해.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강연을 보고, 그들과 직접 얘기를 나눠보기가 어려운 상황이야. 이러한 상황에서 책은 말 그대로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생각해. 책 속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그들의 가치관이 녹아 있어. 특히나 너와 비슷한 환경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집필한 책은 앞으로 네가 살아가면서 맞이할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데에 조언을 줄 수 있는 가이드북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
재수를 결심했을 때, 긴 인생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위로를 많이 받았어. 하지만, 20대 청춘에서의 1년, 심지어 그 1년이 곧 다가올 1년이라면 어떠한 해보다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이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수십 년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는 거거든. 느려도 괜찮으니, 차근차근 하나씩 이루고자 하는 바를 성취해나가면서 너만의 인생관을 지혜롭게 완성해나갔으면 해. 아르바이트고 해보고, 책도 많이 읽어보면서 말이야. 새내기 서강아, 긴 터널을 뚫고 서강대학교의 일원이 된 걸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해.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항상 응원할게.
22살의 서강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