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유홍현 동문)
TO. 새내기의 나에게
안녕, 혜은아 나는 5년 뒤 스물다섯의 혜은이야. 5년 뒤에 과연 너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제법 멋진 어른이 되었을까 궁금하지?
우선 지금의 나를 소개해 주자면 나는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이렇게 말하면 스무 살의 나는 좀 놀랄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직 졸업도 안 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걱정 마. 처음 대학에 올 때 생각했던 것보다 비록 졸업은 늦어지고 있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좋은 경험들 해왔거든. 그런 의미로 지금의 이 편지가 앞으로 너의 대학 생활에 큰 기둥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게 되었어.
네가 어떤 마음으로 중국 문화 전공과 서강대학교에 왔었는지 지금도 지금 생생하게 기억해. 입학의 설렘도 설렘이지만 무엇보다도 2학년 1학기에 중국 칭화대학교에 파견 갈 생각에 들뜨고 기대하고 그러고 있지? 그런데 안타깝지만 2020년 2월 출국을 앞두고 너는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네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탈과 좌절을 맞이해.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때문에 중국에 갈 수 없게 되거든. 대학의 큰 그림들을 칭화대 파견을 기준으로 그리고 있었던 너에게 이 상황은 제법 많이 당황스러울만할 거야. 거기에 당장 다음 학기 기숙사 입사 문제까지도 꼬이는 바람에 처음으로 성인이 된 후 내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상황에 혼자 길을 걷다가 엉엉 울었던 것도 기억난다.
앞에서 내가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다행히 잘 적응해 나갔어. 기숙사 문제는 기숙사 조교로 선발되면서 잘 해결되었고, 코로나 기간 비대면 수업도 학교에 계속 살면서 잘 해 나간단다. 20학년도 2학기에는 허그 버디 부장으로 임원진 활동도 하고, 학교 발전홍보팀에서 2년 반 동안 SNS 근로 조교도 하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갔어. 또 처음으로 참여한 대외활동에서 인정받아 여러 좋은 일도, 힘들었던 일도 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처음 세상, 사회를 배우고 관심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도 있었지. 거기에다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얻었단다. 이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너무너무 의지되는 사람들이야(기대해도 좋아!^^)
5학기에는 추가 전공 선택도 하게 돼. (사실 이때의 선택이 지금까지 내가 학교를 다니는 이유야) 다들 경영 복전을 하니까 너도 경영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그런데 또 미디어 쪽도 계속 관심이 가고 그렇지? 결국 너는 둘 다 선택해 3전공의 길을 걷게 되었고 후회하지 않아! 무려 181학점을 듣고 학교를 졸업한단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헉 하고 놀라지만, 정작 이제 나는 이 선택에 후회 없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모두 배우고 대학을 졸업하게 되어 매우 기뻐! 그리고 내가 서강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또 결국 중국까지도 잘 다녀왔어 ㅎㅎ. 22년 2학기와 23년 1학기 무려 두 학기나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공부하다 돌아왔단다. 이 기회로 중국어 실력도 많이 성장해 이제는 기숙사에서 중국인 사생들과 웬만한 문제들은 중국어로 소통하기까지 해! 지금 너 외고 나온 동기들에 비해 중국어 못한다고 많이 쫄아있을 텐데 그럴 필요 없다는 거!! 알려주고 싶어. 너도 곧 열심히 해서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것. 모든 것은 너 = 나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 명심하기!!
중국 가기 전 한 학기는 또 처음으로 휴학을 하고 일해보고 싶었던 기업에서 계약직으로 6~7개월간 일 할 수 있었던 감사한 기회도 있었어. 인턴 준비를 할 때였는데 당장 눈앞에 보였던 어떤 기회는 잃었지만 결국 더 좋은 것이 나에게 왔었거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얼마든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닥쳐와도 놀라지 말고 다시 준비하면서 유연하게 적응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야.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게 주어지지 않더라도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아.
난 여전히 긍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이야.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마 곧 MBTI라는 게 유행할 예정인데, 1학년 땐 파워 파워 E였다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혼자의 고독도 나름 즐기는 I의 성향이 생겼다는 것 정도? 운동도 더더 좋아하게 돼서 저번 주말에는 두 번째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고 지금까지 10k 3번, 하프 2번 마라톤 완주를 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 아직 한 번의 하프 마라톤이 또 남아있어.. 응원 부탁해 ㅎ
아무튼 9학기 막 학기인 요즘은 마케팅 직무를 목표로 마트 학회 활동을 비롯해 진로를 계획하고 있어.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나도 걱정스러운 부분도 많고 반대로 지금으로부터의 5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잘 안 그려지기도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5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써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는 것처럼 5년 뒤의 나에게도 응원을 받고 있을 거란 생각으로 달려나가 보려구!
정말 감사한 게 나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그 뿌리가 스무 살 지금의 너인 것 같아 많이 고맙기도 해. 아마 지금의 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 그거 좋은 거니깐 그 모든 것들 하나도 빠짐없이 차근차근 꼭 다 해보길 바라! 그 경험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 지금의, 미래의 너를 만들고 있거든. 지금도 난 가장 듣기 좋은 말 중에 하나가 ‘눈이 빤짝빤짝하다’라는 말이더라. 무슨 일이든 네가 하고 싶은 건 다해보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으면 좋겠어.
앞으로의 대학 생활, 내가 언제나 여기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꼭 더 멋진 나로 성장해줘!! 고맙고 사랑하고 응원해🖤
2024.04.30
5년 뒤 스물 다섯의 혜은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