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혹시 그대도 현재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견뎌내고 있나요?


(사진 출처: 최근우 동문)

20년도를 살아가는 그대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22년도를 살아가는 그대의 미래입니다. 낙엽이 나무와 세 번 작별하는 동안 입학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던 19살 소년이 어느덧 22살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20년도를 살아가는 그대에게 위로의 편지를 남겨볼까 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책장 끝에 꽂혀 있는 일기장을 펴 보았습니다.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할까 고민하면서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읽어보았습니다. 거의 마지막 장에 가까워졌을 무렵,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더군요. 바닥에 입맞춤하러 떠난 종이를 주워보니 뒷장에 짧은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대가 떠올릴 수 있도록 편지 마지막에 남겨놓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글을 통해 어떤 위로가 그대에게 필요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의 글이 힘든 그대에게 위로이자 돌파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찾아온 여러 비극은 저의 목을 졸랐습니다. 연인을 잃고 친구를 잃고 가족마저 잃었습니다. 영혼은 높은 산에 묶여 매일 갈기갈기 찢기고 육신 또한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고 머지않아 환청마저 들릴 것입니다. 신은 오직 3시간의 잠과 한 끼의 식사만을 허락했습니다. 처음에는 신의 자비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신은 오직 침묵을 지킬 뿐입니다. 이윽고 신의 존재를 부인합니다. 고통에 침묵하는 신은 악신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고통 후엔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계속 무너져 내립니다. 지난 노력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모래성처럼 덧없게 느껴집니다.


저는 도움을 구걸하며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상황도 그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과 일자리를 잃고 길을 서성이는 직장인으로 가득한 도시에 제 손을 잡아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점령한 검은 도시는 이미 도움이 필요한 지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모두가 도움을 구걸할 뿐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줄 여유는 없습니다. 저는 암울한 주변을 뒤로 하고 로욜라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저와 같은 문제를 겪었던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책에는 고통에서 벗어날 구원의 손길이 있기를 기도하며 책을 넘깁니다. 책을 넘기기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고 그동안 읽은 책들은 겹겹이 쌓여 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욜라 도서관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구원의 시작이었습니다.


책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몇 달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화를 통해 제 몸과 영혼은 치유되고 신을 향해 쏟아부었던 저주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귀에서 들리던 이명은 사라지고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책은 항상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고,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중간에 변심해도 책은 그대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책은 모두에게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책은 지치고 힘든 사람을 위로하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습니다. 저는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지치고 힘들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 같습니다.


혹시 그대도 현재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견뎌내고 있나요? 사실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가 모두 각자 자신만의 사정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가혹하고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가 너무 버거워 삶을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상대방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침묵하게 합니다. 시원하게 털어놓아도 되돌아오는 것이 공감과 위로가 아닌 질책이라면 그대의 입은 더욱 굳게 닫힐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모든 생각을 버리고 도서관으로 가보세요. 책장에 꽂힌 책 중 그대의 눈을 사로잡는 책을 읽으면 됩니다. 저의 경우, 주로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어느 분야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책을 천천히 책과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읽어 나가세요. 어떤 책이든 그대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5학기를 앞둔 현재, 저는 1학년 때와는 달리 매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봉사 활동과 동아리 활동, 그리고 각종 자격증과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집 앞 서점이나 도서관에 갑니다. 단순히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닌 오로지 독서가 목적입니다. 책장에서 책을 뽑아 조용히 자리에 앉아 읽으면서 일주일 동안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때로는 저 자신의 실수를 반성합니다. 책은 아직도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훌륭한 스승이고, 거울입니다. 그대도 하루빨리 책을 통해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제목: 한강

이곳은 한강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곳

누군가는 사랑을 만나고

다른 누군가는 세상과 작별한다

이곳은 한강

지금은 슬픔만이 남은 곳

나는 방금 세상과 작별하였다

그대는 알까 나의 세상이 그대였음을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