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 예전부터 많이 생각했었다. 아무리 벅차고 행복했던 경험을 했더라도 기록해두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이 옅어져 결국은 흩어지고 그때의 소중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려 노력해봐도 쉽게 떠오르지 않고는 했다. 혹은 깊고 우울한 감정에 잠겨버릴 것 같은 날에 그 감정에 대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일지라도 다 늘어놓고 떠오르는 대로 적다보면 그 부정적인 감정이 서서히 사라져 해소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일기를 적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로 주간일기에 도전해보거나, 교환학생 생활을 하던 중 몇 번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날의 일을 자세히 기록해두고 싶다는 욕심에 하루 일기를 쓰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점점 숙제처럼 느껴지기만 했고 일기를 계속 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말부터 생각을 바꿔 아주 짧게, 정말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해두는 느낌으로라도 일기를 써보기로 마음 먹었었다. 미래의 내가 그 날짜를 봤을 때,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면서 23살의 하루를 보냈는지 알 수 있도록. 매일매일 새로운 감정들이 느껴지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있는 지금의 하루하루들을 기록해두고 싶어 짧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2022년 말의 일기장에는 매일 새로운 일들과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하지만 방학이 되어 다시 반복적인 일상이 시작되고 하루하루가 지루해질수록 일기 쓰기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그때 HABIT CLUB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이 활동이라면 내가 계속 일기쓰기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큰 고민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우리의 습관 형성이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부로 이어진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매일이 새롭고 즐겁고, 또 치열했던 지난 3학년 2학기와는 다르게 HABIT CLUB 활동과 함께 시작된 4학년 1학기는 비슷하고 반복되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우려했던 것처럼 일기를 쓰고자하는 의욕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HABIT CLUB 단체 채팅방에서 밤마다 저마다의 일기를 적어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이 분들처럼 짧게라도 오늘 일기를 써야지’ 하며 다시한번 의욕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덕분에 1학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매일매일의 일기를 남겨둘 수 있었다.
가끔 모든 일에 무기력해질 때에는 즐거웠던 날이나 치열했던 날의 내 일기를 찾아 읽기도 하고, 우울했던 또 다른 과거의 나에게서 위로를 얻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 경험들을 토대로 어쨌든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일기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학기의 일기쓰기를 크루원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비교적 단조로웠던 이번 학기도 온전히 기록해낸 나라면 앞으로도 매일매일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이제는 밤에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짧게나마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번 HABIT CLUB 활동이 끝나더라도 앞으로도 매일매일 짧은 일기쓰기를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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