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서 상품몰을 살펴보다가 감사일기를 꾸준히 기록하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감사일기를 쓰면 지금의 내 생활이 좀 더 기쁘고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마침 이 이벤트를 실천하는 일수를 따져서 기부를 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니까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50일을 다 완성하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며칠 빠뜨린다고 하더라도 내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뭐든 시작해야 바뀌는 것이니까.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았으면서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되듯이, 완벽함을 버리고 뭐든 일단 실행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크루원과 리더가 함께하는 단톡방에서라면 하기 싫어서 흐지부지 될 지라도 다시 자극을 받고 으쌰으쌰 할 수 있을 거라는 안전장치로 생각되었다.
O.T를 마치고 감사일기 첫 날, 완벽하지 못하면서도 또 완벽하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감사일기라고 하니 또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일단 커다란 감사거리가 있나...생각해 보았다. 크게 하나가 생각이 났다.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에 대학원을 다니는 것은 어려울 거라며 스스로 포기해 왔던 꿈이 이루어진 것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근 2년이 다 되어 가니 쓰기가 좀 그랬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감사하단 마음이 드는 것을 쓰는 것이 감사일기인데 스스로 기준과 틀이 많았던 것 같다. 감사할 것이 뭐가 있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약간 막막한 마음에 크루원들의 내용을 살짝 읽어 보았다. 첫날이라서 블러 처리가 되지 않은 내용도 있었다. 읽어보니, 거창한 감사보다는 작지만 소소하고 따뜻했던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 이렇게 써도 되는 거구나.’ 살짝 벤치마킹을 해서 나의 첫 날 감사일기를 완성했다. 갑자기 든 생각은, ‘앗! 내 삶에 불만족스러운 일만 있던 것도 아니지만, 또 크게 감사하면서 살지도 않았던 것 같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름 시간을 쪼개가면서 썼고, 내게 주어진 일 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서 살았는데 정작 감사함을 느끼거나 기쁜 마음으로 신바람나게 다니지는 못했던 것 같다. 반드시 내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시작했던 감사일기 미션인데 첫째날 바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감사일기를 쓰는 시간이 되면 메모장을 열면서 오늘은 무엇이 감사했는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무엇을 했고 저녁까지 일과를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아주 사소한 것도 기분 좋았던 일이 뭐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니 이번에는 감사한 일이 훅~ 늘어있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쓱쓱 써내려갔다. 지각할 뻔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에 올라탄 일,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대학원에서 꾸벅꾸벅 졸았을 때 동기가 당 충전하라며 건내 준 작은 초코과자 하나 등등 다시 떠올리니 다행이다 싶고, 작은 초코과자를 보면서 미소짓던 찰나가 다시 떠올랐다. 잠자기 전에 다시 베시시 웃으면서 감사일기를 적었다.
좋은 일이 있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바쁜 일상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감사일기를 씀으로써 최소 2번은 행복함을 느꼈던 것 같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감사함을 상기하고 나 또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던 기회들에 감사하기도 했다. 감사일기를 쓰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고 행복함을 다시 느낄 생각에 가장 기대되는 일과가 되기도 했다 ^^
50일 중에 며칠은 누워서 쓰다가 불도 끄지 않은 채, 잠들어서 새벽 2시가 지난 후에야 피곤해서 기절해버린 나를 발견하고는 ‘아이~ 또 단체방에 못 보냈네’하며 아쉬워했다. 평소에 너무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빡빡하게 지내는 나에게는 감사일기를 쓰다가 잠들어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급기야 감사일기를 쓰고 전송하는 시간을 바꾸었다. 오전에 보내던가 늦어도 오후까지는 업로드하자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주말에도 감사일기를 전송하다가 나중에는 주중에도 잊고 보내지 못한 날들이 생겼다. 완벽히 뭐든 해내고 싶었던 나는, 매주 미션 성공 횟수가 공개될 때마다 부끄러워졌고 완벽히 해낸 사람이 몇 명인지 헤아려 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음 주에는 반드시 완벽히 해야지’라고 다짐했고, 중간 중간 잊고 전송하지 못한 날이 이가 빠진 듯이 생겨나자 ‘중간에 그만 둘까?’ 하는 마음도 슬그머니 올라왔다. ‘새로운 출발을 하고 완벽히 마무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으니까 말이다.
10주 동안 매주 미션을 성공한 카운팅을 보면서 그 누구도 질타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 스스로 힘들어했던 것 같다. 이 또한 나를 실험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어쩌지? 고민을 하다가 ‘완벽하지 못해도 일단은 끝까지 가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 과정은 내게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니 이번 텀은 이렇게 해 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라며 억지로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50일이 끝이 났다. 나는 44회만 감사일기 인증을 했다.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완벽한 인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기부처를 투표하고 기부가 될 것이라는 안내를 보고도 솔직히 엄청 기쁨을 맛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50일 동안 감사일기에 도전하면서 아주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내게 미소짓게 한 일들을 찾아서 기뻐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으면 도중에 일을 그만두려 하거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겼던 나인데 주변 사람에게도 말하고... 그래도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나를 비난하기보다 조금 더 너른 마음으로 수용하게 된 것들은 큰 변화였다. 50일동안 신경쓰고 나름 긴장하면서 지냈던 시간이지만 끝이 났고, 기부처가 결정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돈도 아니었지만 기뻤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또 그 사람이 다른 타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따스한 눈빛으로 대할 수 있다면 도미노효과처럼 선한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아주 큰 것이 아니어도 감사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았다. 그리고 지역에 함께 살고 있는 이웃으로서 어렵지 않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많음을 50일을 통해 많이 느꼈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따뜻한 관심을 유지해야겠다는 마음도 이미 내게 장착되었다! 50일이 끝난 지금도 자기 전에 생각한다. 오늘 나는 어떤 일들에 감사할 수 있을까? 직접 인증하여 발송하지는 않지만 하루를 정리할 때, 나도 모르게 저절로 감사함을 찾아보고 있고 또 감사하다고 되뇌어 보는 좋은 습관이 되었다.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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